ADVERTISEMENT

조계종·태고종 두 곳서 출간 준비|「불교성전」나온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우리 나라 불교도들의 정신적 양식이 되고 생활의 지침이 될 불교성전이 72년 상반기에 출간을 목표로 두 곳에서 추진되고 있다. 한국불교의 양대 산맥인 대한 불교조계종과 한국불교태고종 불교성전 신 편 불교성전의 이름으로 각각 발간을 추진하고 있는 최초의 불교성전은 이 당에 불교가 전래된 1천5백년 이래 가장 혁명적이고 획기적인 업적이 될 것이다.
한문위주가 되거나, 경의 일부에 치우쳐 불자들과는 아무 관련을 지을 수 없었던 종래의 경전들과는 달리 5백만 불교도들의 신앙의 길잡이가 될 뿐 아니라 가장 평이한 대중교전이 되어 불교 현대화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계종이 몇 해 전부터 추진해오다 72년「부처님 오신날」(음력 4월8일) 에 출간할 예정으로 추진하고 있는「불교성전」은 현재 윤문과 증 의 단계를 거치고 있으며 2월 중순에 독 회를 거치면 3월말 인쇄에 붙여진다.
신 사·육 판 5백 면에 담겨질 내용은 경·율·논 삼장과 조사어록 등 팔만대장경의 핵심을 이루는 것들로 현재 3천장의 원고지에 정리했다. 부처님의 말씀 가운데 중요한 교리 적인 것을 두루 살피고 실제 수행에 지침이 되는 것들, 즉 신·해·행·증 에 관한 것을 집약했다. 문체는 현대어의 구어체를 따라 썼으며 내용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중학 졸업정도의 국어실력을 표준으로 했다.
가령 아함경을「지혜와 자비의 말씀」으로 하는 등 평이하게 소제목을 달았고, 고유명가 중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것은 한음이건 범음 이건 그대로 두고 그밖에는 대중성에 따르는 방향으로 발음했다.
원고의 집필자는 60명. 이운허 스님을 편찬 위원장으로 하여 32명의 편찬위원이 법정 스님 책임 하에 작업 중이다. 증의는 원로 격인 탄허 스님이 맡고 있다.
비록 한국에는 8만 대장경이라는 세계적 장 경이 있으나 워낙 방대한 양일뿐 아니라「한글대장경」조차 현재 47권밖에 출간되지 못한 상태에선 일반 독자가 이에 접하기도 어렵다.
또 8만 대장경이라 하지만 실장 그 내용에 중복된 것도 있고 산만한 감도 있어서 이를 정리해서 일반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승이나 신도들에게 정신의 의지가 되고 생활의 지침이 못되는 장 경이라면 실용 면에선 무용지물일 수도 있는 것.
그래서 대중포교와 일반의 교화를 위한 쉬운 불교교전의 발간은 벌써부터 요구됐던 것이다.「불교성전」책 뒤에 붙을 수인은 특히 불교용어의 정확한 의미 파악을 위해 퍽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앞으로 불교어휘가 이 책을 기준으로 통일케 될 수도 있다.
즉 용어의 출전을 명시했기 때문에 연구인들의 인용「텍스트」가 되리라는 얘기이다. 또한 여태까지 불교교전의 기초가 될 책자는 경중심의 것이 있었으나 경·율·논·조사 어록에 이르는 종합적인 불전은 이것이 처음이 되기 때문에 이해에의 길을 찾기조차 힘들었던 불교학입문서로서도 효용을 크게 하리라는 기대다.
「불교성전」의 발간이 가져다 줄 이점에 관해서는 서경수 교수(동국대)나 박경훈씨(동국역경 원)가 모두 입을 모아 강조한다.
한국에 있어서의 불교의 영향은 삼국시대 이래 뿌리 깊은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언어생활조차도 불교의 영향이 큰 것. 따라서「불교성전」의 간행은 국민대중의 국민생활 순화에도 공헌하게 될 것이다.
승려나 포교사들도 앞으로 법회에서 이「불교성전」을 가지고 설법하게 될 것이며, 승려 및 신도들의 조직도 이 경전을 통해 구심점을 발견하게 된 것으로 내다보인다.
그보다도 해방 후 제각기 사찰하나를 가지고도 종파를 만들어내던 군소 종파들- 비록 한국불교전체가 귀의할 경전으로서 이를 받아들이지는 못하겠지만 새로운 분파작용은 막을 수 있으리라는 전성도 가능하다는 실명이다.
이 같은 목적과 의의를 가지고 조계종의「불교성전」에 맞서 태고종은 국판 1천3백 면 정도의「신편 불교성전」을 1월말에 내놓는다.
이미 지형까지 더 놓고 인쇄단계로 넘겨질 이「신편 불교성전」은 권상노·김동화 박사가 집필한 교전.
전체를 불보·법보·증보의 3편으로 나누어 편찬했으며 대중이 알기 쉽도록 한글로 풀어썼다.
불보 편엔 역 가의 일대기와 교화활동 등을 수록했다. 법제 편엔 석가의 설법 가운데서 중요한 부분을 싣고, 증보 편엔 승려 생활의 지침이 될 것과 제자들의 행적을 싣고 있다.
그리스도 교의 성서가 한국선교 1백년에 이미 5백만 부의 판매실적을 올렸던 것은 생각하면 포교 1천5백년 만인 본교가 이제 비로소 독자적으로 내놓을 불교성전의 가치는 현대화하는 한국불교의 성장 모습으로서 크게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공종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