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한국 식량안보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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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양승룡(식품자원경제학) 고려대 교수는 2000년부터 전 세계 22개국의 식량안보지수(Food Security Index)를 내고 있다. 나라별 식량 생산 능력과 국제 식량 재고, 구매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지표다. 이 지수가 1점에 가까울수록 식량 사정에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한국의 식량안보지수는 0.52점으로 일본(0.57점)보다 약간 낮은 편이었다.

 식량안보지수는 정도에 따라 적색(0.25점 미만)·황색(0.25~0.5점)·녹색(0.5점 이상) 신호의 세 단계로 나뉜다.

 지수 산출 작업에 참여한 이춘수(고려대) 박사는 “현재 한국의 식량안보지수는 녹색 신호의 하한선에 가까운 상황”이라며 “식량안보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부족하면 이집트·방글라데시 같은 황색 신호 국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70년대 이후 한국은 네 번의 곡물 파동을 겪었다. 과거 곡물 파동은 냉해나 가뭄 같은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이 주원인이었다. 정부가 적극 개입해 재배면적을 늘리고 수입을 확대하면 수개월에서 1년 정도 걸려 해결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2000년대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농협 안성교육원 강대성 교수는 “2006년 봄부터 시작된 국제 곡물가격 상승세는 7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며 “현재의 애그플레이션은 과거의 10년에 한 번꼴이었던 일회성 곡물파동과는 차원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2006년 국제 곡물파동은 옥수수에서 시작됐다. 옥수수에서 기름을 짜내 바이오에너지를 만드는 물량이 급격히 늘어나서다. 2005년 t당 평균 100달러 이하였던 국제 옥수수값은 2007년 200달러, 2011년 250달러로 치솟았다.

 기후변화도 식량위기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일 유엔 보고서를 인용해 “지구온난화로 인해 21세기에는 10년마다 곡물 생산량이 2%씩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보도했다. 국제미작연구소(IRRI) 진중현 박사는 “2008년 글로벌 식량위기 때 한국은 주식인 쌀을 100% 자급한 덕분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며 “그러나 쌀 자급률이 계속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쌀 재고가 소진된다면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할 때 한국도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일본·러시아·필리핀·캄보디아)=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전승우·주정완·이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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