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두 최고문학상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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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프랑스 최고문학상인 콩쿠르와 르노도가 22일 중견 자크·로랑과 신예 피에르·장·레미에게 각각 주어졌다. 상을 받은 두 작품은 모두 6백 페이지에 가까운 거작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고 콩쿠르 수상작 『바보짓』(그라세 사간)이 20년이란 긴 세월의 진통에서 나온 작품임에 반해 르노도의 수상작 『하궁의 약탈』(갈리마르 사간)은 짧은 동안이나, 폭넓은 경험과 예리한 관찰력의 소산이라는 점이 다르다. 자크·로랑은 1919년1월5일 1차대전이 막 끝날 때 태어나 2차 대전 때는 대독전선에 참가했다.
전쟁이 끝나고 세계는 급변하자 그는 첫 소실 『말없는 시체』(1948년)를 발표, 불문지에 「데뷔」, 누보·로망의 선제고가 되었다. 그후 문학잡지 라·파리거엔을 창설 이어 문예평론지 아르를 주간 했다.
54년 『말없는 시체』의 속편 『작은 오리』를 낸 후 창작을 중단했다. 「알제리」전쟁 때는 「비밀군대」(OAS)의 편이었고 65년 『드골 밑의 모리악』을 통해 드골을 비난해서 국가원수 모독 죄에 몰리기도 했다.
20년만에 나온 6백 페이지의 대작 『바보짓』은 그의 첫 소설 『말없는 시체』만큼이다. 불 문단에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그의 이번 작품은 오랜 경험과 숙고와 일화와 충동과 추억과 꿈과 창의력으로 풍성해진 실로 지난 반세기의 저자 자신의 내면의 모험을 그린 것이다.
4부로 나눠진 이 책은 하나의 소설이라기보다는 4개의 소설집이라는게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러나 피상적으로 보면 별 관련이 없는 듯한 4부의 소설은 시대의 변천과 장소의 변경에 따른 저자 자신의 탐색이라는데서 뚜렷한 스토리의 일관성을 발견할 수 있다.
권위 있는 평론가 피에르·앙리·시몽은 소설 『바보짓』은 『최근 불 문단의 바로크적 기념물』이라고 칭찬했다.
「르노도」수상작가 「피에르·강·레미」는 1932년생. 파리법대, 정치대를 졸업하고 행정대학원을 나온 후 외교관이 되었다. 미국 홍콩을 고쳐 1964∼66년 문화혁명 시기에 북경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런던에서 1등 서기관으로 있다. 작품 『하궁의 약탈』(일병 『마술적인 땅 중국』)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소설엔 중국인을 포함한 약 60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이들이 서로 만나면 헤어지고 사랑하고 증오하며, 추방되고 죽이는 운명이 얽히고 설킨다.
스토리의 전개는 빠르고 연대는 뒤죽박죽 되고 문화 혁명의 물결이 중공을 뒤덮고 폭력이 대륙을 덮고 사랑과 간첩행위와 절망감이 뒤섞인다. 이 소설에서 저자는 서구의 사양과 신비로운 극동의 배태를 필연적 역사의 흐름으로 암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중공에서 무엇인가 찾아보려는 지성인에겐 희망이 없는 나라다. 우리는 중공을 두려워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고 답한다.
평론가 볼프롬은 이 소설은 『차원 높은 순수한 야심작』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바야흐로 중공의 국제무대 등장을 맞아 이 소설은 크게 주목된다. 【파리=장덕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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