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서남정상회담 나서는 닉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닉슨 대통령은 오는 12월 중순부터 내년 1월초 사이에 영·불·서독·일본 등의 수뇌들과 일련의 연쇄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아직 정식발표는 없지만 「이탈리아」와 「캐나다」도 이 릴레이 회담 속에 포함될 것이라 한다.
닉슨이 이 연쇄회담을 계획한 이유는 내년 5월로 예정된 소련 방문과 이미 2월21일로 예정된 중공 방문에 있다. 두 방문 계획이 모두 우방과의 사전 협의 없이 결정되었으므로 구체적인 회담에 들어가기 전에 이 여행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해주는 겸 무마의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닉슨은 이밖에도 몇 가지의 「파생효과」를 노리는 것 같다. 즉 이러한 예비절차를 거침으로써 소련과 중공의 지도자들을 만날 때 자기가 「서방진영의 총수」로서 단합된 의견을 대변하는 인상을 강하게 풍기고 또 내년 대통령 선거에 대해서는 「내수용 선전자료」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계산이 반드시 맞아떨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회담 상대국 중 영국을 제외한 서독·프랑스·일본 등은 닉슨의 『뻔한 설명』을 듣는 것 보다 자기 쪽에서 내놓고 싶은 불만들이 더 급한 것이다. 수입부가세 철폐문제, 달러 위기에 대한 대책 등이 그것이다.
우선 서독과 프랑스의 입장에서 보면 닉슨이 모스크바에 가서 흥정을 한다해도 별로 겁낼만한 이유가 없다. 미국이 소련과 더불어 구주제국의 이해관계를 마음대로 재단하던 시대는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의 입장은 좀 다르다. 닉슨이 북경에서 만들어낼 각본이 경우에 따라서는 일본의 사활문제를 건드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닉슨이 『서방진영의 총수』로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입장에 대한 설명 외에 이상과 같은 문젯점에 대해 약간의 약속 내지 언질을 줘야 할 것으로 추측된다. <홍사덕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