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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가 학생 수업 대리출석 … 요지경 사이버 대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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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교수가 학생 대신 수업에 대리출석해주는 대학이 있다.

 한 사이버대학에서 있었던 일이다. A사이버대학의 B교수와 C조교는 학생 4명이 2011년 1학기 규정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하자 학생들 대신 온라인 강의를 들어줬다. 그러곤 학생 1명당 12학점에서 42학점을 줬다. 사이버대학은 수강 과목의 4분의 3 이상을 온라인에서 들어야 학점을 줄 수 있다.

 사이버대학은 일반 대학과 달리 온라인을 통해 동영상 강의가 이뤄진다. 1년에 140학점을 얻으면 학사학위를 딴다. 언제, 어디서든 강의를 들을 수 있고 등록금이 저렴해 대안학교의 한 형태로 떠올라 있다. 2001년엔 9개뿐이었던 대학 숫자가 2013년 현재 21개로 늘어났고, 졸업생 숫자도 2001년엔 8000명에 불과했으나 10년 뒤인 2011년엔 10만480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온라인 강의의 맹점을 악용한 여러 학사 부정이 있었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이 7일 발표한 ‘사이버대학 등 특수대학 운영실태’에 따르면 교수와 조교가 온라인으로 대리출석을 해준 것 외에도 5개 사이버대학에선 2011~2012학년도에 시험을 보지도, 과제를 내지도 않은 학생 5110명에게 학점을 줬다.

 학점 부풀리기도 많았다. 7개 사이버대학은 2010~2012년 1845개 과목의 최저 학점을 B- 또는 C+로 설정했다. 또 2개 사이버대학은 학칙에 따르면 F학점(낙제) 대상인 148명의 평가 점수를 마음대로 높여 D+에서 C+를 줬다.

 사이버대학 이사장이 학교를 사유화해 전횡을 한 경우도 많았다.

 한 사이버대학 이사장은 자신과 부인 명의로 회사를 2개 만들었다. 그러곤 대학 444개 과목의 강의용 콘텐트 제작을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맡겨왔다. 그러면서 강의용 콘텐트 사용기간 동안 수강료 수입의 50%를 대금으로 지급하는 ‘러닝개런티’ 방식을 적용했다. 이 때문에 보통 일시불로 지급하는 정상 방식보다 45억여원을 과다 지급해 학교 재정에 손실을 끼쳤다. 이 이사장은 또 자신의 전용차량 운영비와 해외 출장비용 2억8662만원을 교비로 충당했고, 5년간 사적인 식사 비용 8835만원을 대학 법인카드로 결제해 왔다. 감사원은 해당 이사장을 업무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대학 이사장이 학교법인의 빌딩 관리업무를 전문 용역업체에 위탁해놓고도 관리인 직위를 만들어 딸을 채용한 사례도 있었다. 이사장의 딸은 2007년 1월 캐나다로 출국해 올해 6월까지 국내에 머문 기간이 58일에 그쳤다. 관리인 업무를 실제 하지도 않았는데 3억5314만여원의 보수가 나갔다. 이 이사장 또한 검찰에 배임혐의로 고발됐다.

 또 다른 사이버대학에선 이사장이 며느리를 채용하기 위해 채용공고 기준을 마음대로 바꾸기도 했다.

 2010년 12월 미술 회화 교수 채용공고를 낼 당시 지원자격을 박사학위 소지자로 제한했으나 대학 이사장이 석사학위 소지자인 며느리를 채용하라고 지시하자 이 대학은 나중에 지원자격을 석사학위 소지자로 바꿔버렸다. 채용심사 때 평가점수도 임의로 높여 이사장의 며느리는 결국 2011년 2월 이 대학의 교수가 됐다.

 사이버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관리도 부실했다. 사립학교법 등에 따르면 기존 대학이 새로 사이버대학을 만들 경우 새 건물을 확보해야 함에도 8개 학교법인은 기존 건물을 이용했고, 교육부는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설립인가를 내줬다. 감사원은 교육부 장관에게 사이버대학 인가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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