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장관, 美 리노와 '닮은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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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과 재닛 리노-.

요즘 법조계에선 康법무장관과 미국 클린턴 행정부에서 8년간 법무장관을 지낸 리노가 여러 면에서 닮았다는 얘기가 한창이다.

두 사람 다 최초의 여성 법무장관으로, 취임 당시 독신이었다. 관광지로 유명한 제주도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태어났고 명문대 출신에다 진보성향의 법조계 인사라는 점도 비슷하다.

리노 전 장관의 초반은 순탄치 않았다. 취임 두달째인 1993년 4월 미연방수사국(FBI)이 광신도 단체를 무력 진압하는 과정에서 80여명이 집단 자살을 해 곤경에 빠졌다.

취임 10개월째엔 법무차관이 "스타일이 맞지 않아 같이 일하지 못하겠다"며 사임하기도 했다.

그러나 리노 전 장관은 고위 공직자 비리가 터질 때마다 "법무부가 직접 수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특별검사 임명을 법원에 요청했다. 자신을 임명한 백악관과 민주당에서 원성을 살 정도였다. 대체로 '법대로'를 강조한 원칙주의자면서도 정치 감각이 뛰어났다는 것이 중평이다.

서열 파괴의 상징이 돼버린 康장관의 취임 초반도 리노 전 장관과 비슷하다. 그의 등장에 검찰 간부들이 반발하고 있다. 아직 법무부 고위 간부가 그만 두진 않았지만 조만간 몇몇 검찰 고위 인사들이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특검 관련 상황도 닮았다. 현재 한시적 특검법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검찰에선 법무장관에게 특검 요청권을 줘야 한다고 건의해 놓았다.

康장관은 특검 요청권을 갖는 첫 법무장관이 될지 모른다. 康장관이 슬기로운 처방을 내려 리노 전 장관처럼 장수할지 법조계는 주목하고 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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