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사업 어떻게 풀어야 하나] 방조제 공사 일단 중단, 청사진 다시 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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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개발사업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11일 전라북도를 방문한 노무현(盧武鉉)대통령 당선자가 "농지를 놀려(休耕) 보상해 주고 있는 면적이 새만금의 몇배가 되는 만큼 농지로 개발하는 데 대해선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쌀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새만금 사업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긴 어렵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많은 전문가도 "농지로 개발해선 안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새만금 방조제 공사는 현재에도 계속돼 공사 중지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4일 새만금 방조제의 종착점인 전북 군산의 공사 현장. 지도상엔 섬으로 나와 있는 비응도는 이미 뭍이 되었고, 여기서 뻗어나간 방조제의 흙길이 서해바다를 좌우로 나누고 있었다.

매서운 바닷바람이 부는 흙길 끝에서는 트럭에 싣고 온 토석을 포클레인이 고르고 있었다. 멀리 바다 건너편 야미도 쪽에서 뻗어나온 흙길에서도 포클레인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육안으로 볼 수 있었다.

본래 11.4㎞였던 두 섬 사이의 거리는 이제 1.8㎞로 좁혀졌다. 한상수 현장소장은 "물밑 6.8m 깊이까지는 양쪽이 이미 연결돼 있어 큰 배는 더이상 드나들지 못한다"고 말했다.

*** 작년 기준 공사 73% 끝나

새만금 방조제의 출발점인 부안 쪽은 훨씬 더 진도가 빠르다. 부안~가력도의 4.7㎞구간은 1998년 완공돼 관광객을 맞고 있다. 가력도가 있던 자리에는 수백t 무게의 육중한 배수갑문이 위용을 자랑한다.

신시도를 향해 뻗어가는 방조제 끝자락에 서자 바닷물의 흐름이 눈에 띄게 빨라진다. 공사 관계자는 "물이 드나드는 구간이 좁아지면서 유속이 점점 빨라져 현재 초당 5m 수준"이라면서 "막바지로 갈수록 공사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새만금 방조제 전체 33㎞ 가운데 아직 연결이 안된 곳은 세 지점에서 모두 4.5㎞뿐이다. 전체 공사진행 정도는 지난해 말 73%였고, 올 연말에는 82%에 이를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전북도 등 일부에서는 복합산업단지를 조성하자는 대안을, 환경단체들은 갯벌을 살린 채 해양목장과 풍력단지를 조성하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제시된 대안들의 내용과 문제점을 살펴본다.

◆ 복합산업단지 건설=사업 초기부터 전북도가 꿈꿔온 것이다. 97년엔 전체 간척지의 57.7%를 산업용지로 개발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개발안도 마련했다. 지금도 이 꿈을 갖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은 98년 전북도의 계획을 추진할 경우 당초 사업비 1조3천억원의 22배가 넘는 29조원이나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98년 감사원의 함구령 때문에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농경지가 아닌 산업단지의 경우 엄청난 양의 토사를 투입해야 하는 점도 문제다. 전북도의 계획대로 2만8천3백㏊의 57.7%인 1만6천3백29㏊를 평균 3m 높이로 매립하면 4억9천만㎥의 토석이 필요하다. 이는 현재 새만금 방조제용 토석을 채취하는 변산반도 국립공원 내 해창석산(암석 매장량 4백45만㎥)의 1백10개 분량이다.

더욱이 인근 군장 산업단지나 전남 목포 대불공단도 절반이 비어 있는 상황에서 이곳에 대규모 공단을 조성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문제도 제기된다.

◆ 도시개발=바다도시.교육도시.관광도시 등을 개발할 경우 수자원 확보가 문제다.

창원.안산시의 경우에 비춰 인구 50만명의 도시에서는 생활용수만 하루 10만~20만㎥가 필요하다.

4급수인 금강하구둑의 물도 상수원수로 사용하기는 곤란하고 만경강.동진강은 농업용수로 쓰기도 어렵다. 하루 9만6천t씩을 공급하는 부안댐은 여유가 거의 없다.

금강 상류 용담댐에서 물을 끌어올 수는 있으나 충청권과 전주권 사이에서는 지금도 물 배분을 둘러싸고 다툼이 벌어진다. 더욱이 안산.반월공단 규모의 공단이 조성돼 하루 30만㎥의 공업용수가 더 필요할 경우 사정은 더욱 어려워진다.

◆ 항만건설=해양수산부는 99년 신항만 건설 기본계획을 고시하려 했으나 지금은 2006년까지 유보한 상태다. 새만금 논란이 가닥이 잡힐 때까지 두고 보자는 것이다. 고군산도 부근의 새만금 방조제에 붙여서 짓고 방조제 자체를 화물 수송로로 이용할 계획인만큼 방조제 완공 여부가 관건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공사가 중단돼 방조제 안쪽에 항만을 건설하는 경우보다는 완공된 방조제 바깥에 건설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항로 수심을 확보하는 문제나 항만 내 갯벌이 쌓이는 것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해양목장과 풍력단지=환경단체들은 방조제 공사를 중단하고 이미 쌓아놓은 방조제는 교량으로 연결, 고군산군도와 육지가 이어지도록 하자고 주장한다.

방조제 위에는 대규모 풍력단지를 조성해 에너지를 확보하고 동시에 내장산 국립공원과 이어지는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방조제 내부에 거대한 산란장과 생육장.양식장을 건설해 어업 생산기지로 발전시킬 수 있으며 갯벌을 살려 자연생태 학습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농업기반공사 "사업 계속" 밝혀

그러나 농업기반공사 측은 "현 상태에서 방조제 공사를 중단할 경우 방조제 보강공사비와 함께 지속적인 유지관리비가 필요하다"며 반대한다.

◆ 농지조성=현재 새만금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농업기반공사는 아직도 농경지 조성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농기공 측은 "새만금 농지는 지금 당장이 아닌 앞으로 10년 후 국제경쟁력을 가진 집단화.규모화된 농업을 위해 우량농지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농지의 전용, 기상재해, 식량 대북지원 등을 감안하면 새만금 사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자, 새만금=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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