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선의 복원|김재근(서울대 공대교수·조선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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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겨레의 자랑인 거북선(여선) 의 그 강한 참 모습을 되찾아 본다는 것은 대단히 뜻깊은 일이지만 그것을 완전히 복원한다는 것은 무적 힘든 열이다.
거북선에 관한 옛 기록은 그다지 없는 편도 아니다.
이 충무공 전서 중의 두 가지 단선도 -통제영귀선과 전라좌수영선-와 약7백자에 달하는 안설은 가장 기본적인 문헌이며 이밖에도 많은 거북선에 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그 그림과 안설은 모두 후세에 기록된 것들이다. 또한 그림은 현재식의 완전한 도법에 의해 그려진 것이 아니고 안설의 내용도 공학적인 서술은 아니어서 그 것들만 갖고 거북선의 참 모습을 찾아보기는 힘들게 되어 있다.
따라서 거북선을 완전히 복원하자면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고 권위 있는 정설이 먼저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전선이 철갑선이냐 아니냐는 학자들간에도 의견이 갈라지는 중요한 문젯점이다. 노를 젓는 위치도 문이 된다. 거북선은 선체에 갑판이 깔려있고 또 그 위에 개판을 덮어 갑판과의 사이에 두고 밀과 위의 두 부분으로 된 것이 거의 분명한데 과연 노는 어디서 저었는가가 문제다. 노 젓는 위치에 배의 차가 크게 달라질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또 개판에 총구멍이 나 있는데 어떻게 이용되었는가도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일이다. 이들은 기본적인 중요한 문젯점들이고 이 밖에도 풀리지 않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점에서 나는 항상 정설의 확립이 시급함을 주장해 오고 있다.
정설이 없으면 사람에 따라 해괴망측한 엉뚱한 해석도 내려질 수 있다. 이것이 한낱 글귀에 그친다면 모르되 모양이 제작되고 외국에까지도 전시됨으로써 웃음거리도 될 수 있어 선조의 노고를 욕되게 하는 결과도 빚어내기 때문에 그댈 둘 수 는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무책임한 제작품이 외국에 흘러나간 예도 과거에 몇 번인가 있었다.
지금까지도 가지각색의 거북선 모형이 제작되어 이곳저곳에 산재되어 있는 실정이다. 필자 또 역전에 문화공보부의 위촉을 받아 해군사관학교의 C교수, 고선 연구가인 N시와 협동으로 모형을 제작한 바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는 좀 더 연구와 정설 확립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소홀한 모형제작은 당분간 하지 말 것이며 정설이 확립은 관·민이 합심하여 성취해야 할 민족적 과제임을 역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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