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성장 전망 잇따라 낮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국내 주요 연구기관들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대에서 4%대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경기 둔화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경제상황 악화에 따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재정경제부는 5일 단기 경기 부양책은 부작용이 우려된다면서도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의 경기부양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재정 집행을 앞당기는 한편 현재의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설비투자 임시세액 공제를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성장 전망 하향=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당초 5.8%로 잡았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당폭 낮춰 이르면 다음 주에 발표할 예정이다.

북핵 문제 등 불안 요인이 조기에 해결될 경우 5.1% 성장을 달성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4%대 초반 또는 4% 이하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경연의 허찬국 소장은 "북핵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는한 환율.주가.외국인투자 등이 계속 불안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LG경제연구원도 이달 말 보고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대 후반으로 낮추는 것을 검토 중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당초 5.7%로 잡았던 성장 전망치를 4.5~4.8%로 수정할 방침이다.

현대연구원 박동철 실장은 "2월께 끝날 것으로 예상했던 이라크전이 지연돼 소비.투자 심리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고, 이라크전이 끝나더라도 유가가 떨어지지 않고, 세계 경제 회복도 어렵다는 분석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들도 같은 인식을 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관계자는 "고유가와 반도체 가격 폭락으로 교역 조건이 굉장히 나쁘다"며 "성장률이 4%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국민이 실제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1분기에 2~3% 성장에 불과했을 수 있다"며 "올해 체감경기는 지표보다 훨씬 나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이미 경기는 하강 국면에 들어갔다"며 "4%대로 떨어질 수 있으나, 이라크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성장 전망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이사회는 지난 3일(현지시간) 한국의 2003년 성장률을 5.5%로 전망했다.

정부, 제한적인 부양 나서=재경부는 올들어 처음으로 '부양'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로선 금리 인하 등 본격적인 부양카드는 남겨놓고 있지만, 재정 조기집행.설비투자 세액 공제 유지 등을 부양책 시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이날 김중수 KDI원장 등 8개 국책연구기관장들과 간담회를 연 뒤 "최근 내수 둔화가 예상보다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경기 둔화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당초 예상보다 올해 성장률이 소폭 하락하는 경우에라도 그 폭이 크지 않으면 경기부양 정책에 다소 신중을 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또 기업과 투자자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재벌.노동정책과 개혁 조치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이른 시일 내에 명확히 제시할 것을 주문했다.

이상렬.김영훈 기자

<사진설명>
최근 경제동향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 모인 김중수 한국개발연구원장(右) 등 국책경제연구소장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김진표 부총리를 기다리고 있다. [최승식 기자<choissi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