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만 보는 아이들, 체험으로 꿈·직업 볼 수 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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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로페즈 CEO는 아이들이 역할 놀이를 좋아하는 점에서 키자니아를 착안했다고 한다.

어린이들에게 직업 체험 기회와 꿈을 심어주는 공간으로 유명한 ‘키자니아(Kidzania)’의 CEO 하비에르 로페즈(49)가 세계 4대 마라톤 가운데 하나인 뉴욕마라톤 현장에 나타났다. 한국 키자니아 진현숙 대표와 멕시코 키자니아 직원 27명과 함께다. 1999년 로페즈가 멕시코에서 설립한 키자니아는 12개국 15개 도시에서 확대 운영되고 있는 ‘글로벌 기업’. 대회 이틀 뒤인 5일 로페즈를 만났다. 다리를 절뚝거리며 나타났다. 그는 “참가 직원 모두 악천후를 뚫고 완주했다”며 ‘뉴욕마라톤 다음 날(NYC Marathon ‘The Day After’)’이란 유튜브 영상을 내밀었다. 마라톤 참가자들이 후유증을 앓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다. 그는 “내가 화면 속 사람들과 똑같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로페즈는 “직원들과 무언가를 함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2011년엔 금연 캠페인에, 2012년엔 다이어트 캠페인에, 올해는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했다.

 - 키자니아는 어떻게 설립하게 됐나.

 “제너럴일렉트릭(G.E.) 금융 분야에서 일하던 중 친구의 동업 제안을 받았다. 낮에 아이들을 돌보는 데이케어 센터를 운영하자고 했는데, 데이케어는 별로였지만 친구가 말한 프로그램 중 하나가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의 역할 놀이였다. 아이들은 누구나 역할 놀이를 좋아한다. 소방관이 되고 싶은 아이들에게 소방원 복장을 주고 실제적인 도구를 제공해주는 경우는 당시 없었는데, 결국 이 아이디어를 확대하고 구체화시키면서 지금의 키자니아가 탄생했다.”

 키자니아는 ‘어린이들의 나라’란 뜻. 아이들이 ‘독립 주체’가 돼 구매나 벌이에 나설 수 있고, 키자니아 통용 화폐로 은행 계좌도 만들 수 있다. 직업 체험의 경우 코카콜라·맥도널드·P&G 등 아이들이 친숙한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공간을 실제처럼 꾸며 놓았다. 어른들의 세상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축소판이다.

 그는 키자니아를 통해 직업과 관련된 사명감을 어린 나이에 가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더불어 “스크린을 보며 노는 요즘 아이들이 키자니아에서 실제 친구들을 만들고 여러가지 체험을 해본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키자니아는 멕시코 산타페 본점을 비롯, 일본 도쿄와 한국 서울(잠실), 인도 뭄바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에 지점을 두고 있다. 조만간 필리핀·싱가포르·터키·런던 등 11개 지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미국에도 개설할 계획이다.

 - 키자니아의 전 세계 수익은 어느 정도인가.

 “99년 멕시코 산타페 본점 오픈 1년 뒤 방문객이 40만 명에서 80만 명으로 늘었다. 기업 파트너도 25개에서 42개로 늘었다. 처음부터 큰 인기였다. 올해 키자니아의 전 세계 예상 수익은 700만 달러다. 3억5000만 어린이가 키자니아를 찾았고, 기업 파트너십도 11월 현재 650개에 이른다. 전 세계 키자니아 직원은 7000여 명이다.”

 - 한국 키자니아의 특징이 있다면.

 “한국과 일본 키자니아에선 아이들이 생산 활동에 더 열심히 참여한다. 돈을 쓰지 않는 특징이 있다. 돈 쓰는 데는 아무도 없고 돈 버는 직업 체험에만 잔뜩 몰려있다(웃음). 그리고 교육열이 높다. 한국 키자니아의 경우 키자니아 도시로 들어가는 공항 콘셉트를 잘 구현했더라. 경호·살충 등 5~6개 새 활동이 추가됐다. 아이들의 진지하면서도 적극적인 모습이 굉장히 좋았다.”

 로페즈는 키자니아가 수익 위주 기업이 아니란 점을 강조했다. “ 돈도 벌고, 공동체에 도움도 되는 기업,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하면서 수익을 내는 기업이 바로 키자니아다.”

뉴욕중앙일보 이주사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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