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 중앙시장 근처에 ‘화월당’이라는 빵집이 있다. 순천에서 가장 유명한 제과점이지만, 요즘 팥·크림 빵이나 쿠키·팥빙수 같은 상품은 팔지 않는다. 모두 어느 제과점 것에게 뒤지지 않는 맛을 자랑했지만, 시간이 없어 못 만들기 때문이다.
주인 조병연(68)씨는 “전국에서 주문이 밀려 드는 찹쌀떡과 볼 카스텔라를 만드느라 다른 상품에는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두 제품은 선물로 받아 먹어 본 이들이 직접 주문해 먹고 다시 지인들에게 선물하면서 소문이 나 ‘순천의 명물’이 됐다. 택배 주문을 하면 사나흘 만에야 맛볼 수 있다. 매장으로 찾아가더라도 오후 늦은 시간에는 물건이 동나 사지 못한다.
조씨는 “사람들을 고용해 생산량을 늘릴 수 있지만, 그러다 보면 오랜 기간 이어 온 맛을 지키기가 어렵다. 기술자 1명, 두 아들과 함께 넷이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월당은 1920년 현재의 자리에 일본인이 문을 열었다. 28년부터 점원으로 일하던 조씨의 아버지(2009년 작고)씨가 광복 때 인수했고, 조씨를 거쳐 아들까지 3대째 이어지고 있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레시피를 고수해 전통의 맛을 유지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찹쌀떡은 “옛날에 먹던 ‘모찌’(찹쌀떡의 일본말) 그 맛”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쫄깃하고 젤리를 씹을 때와 같은 저항감이 느껴지는 일반 찹쌀떡과 다르다. 하얀 떡살이 물렁하면서 씹히는 게 부드럽다. 또 모양이 크고 덜 달다. 떡살은 얇고, 대신 팥소가 많다. 냉동 보관하면서 20분 가량 자연 해동시켜 먹는다.
볼 카스텔라는 직육면체의 보통 카스텔라와 달리 동그랗고 연한 노란색이다. 테니스 볼(Ball)을 연상시킨다. 일반 빵처럼 밀가루 반죽에 팥소를 넣은 다음 굽는 게 아니라 반죽을 얇게 펴 구워 카스텔라를 만든 뒤 팥소를 놓고 말아 공 모양을 빚는다. 커피나 우유를 곁들이면 좋아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조씨는 맛의 비결에 대해 “찹쌀은 최상품을 사용하고, 설탕은 값이 비싸지만 당도가 낮은 저당을 쓴다. 방부제는 물론 떡이 딱딱해지는 걸 막기 위한 첨가제도 전혀 넣지 않는다”고 말했다.
찹쌀떡은 21개가 든 상자(약 2㎏)가 2만원. 볼 카스텔라는 12개를 담은 게 1만8000원. 3상자 이상은 택배요금을 안 받는다. 상자를 분홍색 보자기로 싸 보내므로 선물로 제격이다.
문의 061-752-2016, 010-7347-2016
이해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