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00m절벽에 곤두박질 열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부산】5일 하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경남동래군 기장면 만화계곡은 순간의 사고로 피로 물든 수라장을 이루었다. 박살난 차체와 시체가 나뒹군 계곡은 유족들의 울부짖음으로 가득 메워졌다. 경찰·예비군 1백여명은 횃불을 밝히고 부상자를 구출해 병원에 옮기고 시체를 안치하는 등의 사건현장수습으로 꼬박 밤을 새웠다. 이날 논에서 벼를 베고있다 사고순간을 목격만 서부리 송준호(27) 이호영(23)씨 등은 『쾅!』하는 소리와 함께 뿌연 먼지가 일고 차체는 계곡을 향해 10여 바퀴나 구르면서 퉁겼고 그때마다 승객들이 사방으로 튀어나왔는데 이를 보고 현장에 달려갔을 때는 승객들의 끊어진 팔다리와 유루품으로 산등성이와 계곡이 얼룩져 있었으며, 차체는 높이 1백여m의 계곡 밑 개울바닥에 박살난 채 거꾸로 뒤집혀 있었다.
중상을 입고 대동병원에 입원중인 사고 「버스」 운전사 김씨는 사고지점 「커브」길에 같은 회사소속 경남 5-88호가 고장난 채 길 가운데서 고장수리 중인 것을 보고 5-88호 승객 16명을 자기 차에 태우고 내려가다 너비 5·8m의 「커브」길에 이르러 갑자기 「뚝」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그대로 미끄러져 「브레이크」을 밟았으나 말을 안 듣고 왼쪽 앞바퀴가 길 밖으로 공중에 뜨면서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로 부산서면 최일용 외과에 입원 중인 아내 제영옥 여인(33)을 문병 갔다 돌아오던 노창성씨(39·서부리)는 아들 진현군(6)과 함께 그 자리서 죽었으며 법어사 여승인 배삼현씨(55)와 오승환씨(39)는 기장면 장안사에 다니러가다가 배씨는 죽고 오씨는 중상을 입었다.
또 인천선인상고3년 이덕진군(19)은 실습기간을 이용, 이날 고향인 정관면으로 가다 죽었고 권태기 여인(32·장안면)은 아들 송태호군(6)과 딸 미자양(3)을 안고 가다 두 아이를 놓치고 말았는데 권 여인과 송군은 그 자리서 죽었다.

<세살 꼬마가 살아나>
개울에 처박힌 박살난 차체 속에서 세 살 짜리 남자어린이가 상처하나 없이 살아나 구출됐다. 신원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 이 꼬마는 동부리 김선이씨(50) 집에서 보호를 받고있다.
경남도청은 동래군기장면면사무소에 사고대책본부를 설치, 면별로 뽑힌 유족대표들과 사후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한편 정해식 경남지사는 이날 우선 시체1구에 1만원씩의 조위금을 유족들에게 전달했다.
한편 「버스」회사측은 사망자위자료로 시체 1구에 90만원을 지급할 뜻을 보이고 유족대표들과 절충 중이다.

<운전사·차장 중상>
이 사고에서 사고운전사 김씨와 차장은 모두 중상을 입었는데 경찰은 운전사 김씨를 업무상 과실치사상혐의로 입건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