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기간 늘렸어요 … 수입차, 유지비 가벼워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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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쪽은 채찍질을 멈추지 않고 있고, 한번 길을 잃은 쪽은 계속 헤매고 있다. 수입차와 국산차 업계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각이다. 올해 9월 기준 누적점유율 12.17%를 기록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수입차 업계는 수리비가 많이 드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보증기간 연장 등 대책 마련에 여념이 없다. 반면 국산차 업계는 신차 가격 편법 인상 논란 등으로 오히려 소비자를 더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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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5일 B클래스 등 2개 차종에만 적용하던 유상 서비스 약정 상품 ‘컴팩트플러스 패키지’를 전 차종에 확대 적용한다고 밝혔다.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3년 또는 주행거리 10만㎞인 무상 보증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엔진 오일, 브레이크 오일, 브레이크 패드 등 소모성 부품의 정기점검과 교환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사실상 돈을 내고 무상 보증기간을 몇 년 더 연장하는 셈이다. 벤츠 관계자는 “비용은 2년 연장 시 95만~180만원, 3년 연장 시 200만~395만원”이라며 “부품을 따로 구입해 공임을 주고 교환하는 경우에 비해 29~33% 저렴하다”고 말했다.

 아우디코리아도 8일까지 3년간의 무상 보증기간이 끝난 아우디 차량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무상점검 서비스를 진행한다. 대상자는 2009년 10월 1일부터 2010년 10월 31일 사이에 차량을 등록한 모든 아우디 차량 보유 고객이다. 무상점검 대상 항목은 냉각수·타이어·제동장치·전자장치·전구류 등 24개다. 점검 후 부품 교환을 할 경우에는 부품 가격의 20%를 할인해 준다. 아우디는 올 7월에는 폴크스바겐과 함께 KB국민카드 카드 사용액과 연계해 무상 보증기간을 1년간 연장해 주는 서비스를 600대 한정으로 제공했다. 푸조·시트로앵도 지난달에 변속기 보증기간을 3년에서 4년으로 1년간 연장해 주는 특별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런 대안은 예비 고객들이 수입차 구매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가 보증기간 종료 이후 수리비 부담 증가 및 감가상각이라는 점을 감안해 마련한 것이다. 실제 수입차는 과거에 비해 가격대가 많이 낮아졌지만 부품 가격이나 교환 공임 등 유지비용 측면에서는 여전히 국산차에 비해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통상 3년인 무상 보증기간이 종료된 수입차들이 중고차 시장에 대거 매물로 나오면서 가격도 크게 하락하는 것이 사실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 바로 보증기간 종료 이후의 유지비 폭증”이라며 “각 업체들이 이런 약점을 파악하고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국산차는 가격 편법 인상, 성능 논란=반면 국산차 업계의 최근 행보는 여유만만이다. 현대·기아차가 4일 쏘나타를 70만원, 아반떼는 50만원 할인한다고 발표했다. 기아차도 K시리즈 할부금리를 24개월 1.9%, 36개월 2.9%, 48개월 3.9%로 낮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신형 모델의 최하위 등급을 삭제해 편법 인상 논란을 부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5일 중형차 i40의 2014년형 연식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최하위 등급을 삭제했다. 이 때문에 i40 왜건형 가솔린 모델의 경우 3개 등급에 걸쳐 2600만~2920만원이던 가격이 2715만원과 3025만원의 2개 등급으로 변경됐다. 기아자동차도 지난달에 다목적차량 쏘울의 완전변경 모델인 올뉴쏘울을 출시하면서 하위 2개 등급을 없애 최저 가격이 1510만원에서 1595만원으로 뛰어올랐다. 현대·기아차는 “기존 동급 모델에 비해 편의사양과 안전사양을 대폭 보강했으면서도 가격을 거의 올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제품을 구매할 통로가 아예 차단된 셈이다.

 한국GM의 쉐보레 크루즈 1.4터보 모델은 제원이 공개되면서부터 성능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최고 출력이 130마력으로 같은 1.4터보 엔진을 장착한 소형 SUV 트랙스에 비해 10마력 낮고, 최고 구동력(토크)도 실용 영역대가 아닌 3200~3600rpm의 고영역대에서 나오도록 설계된 탓이다. 이름이 주는 이미지 그대로 강력한 터보 엔진을 기다렸던 소비자들은 실망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내수시장에서 국산차 업체들이 중요한 분기점에 와 있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업체들은 별로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 모양”이라며 “이런 대응 방식으로는 수입차 점유율의 지속적인 상승을 막아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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