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유엔·데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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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4일은 「유엔」창설 26년이 되는 날이다. 26년전 바로 이날, 미·영·불·중·소 등 5개국과 기타 가맹국의 과반수에 의하여 「유엔」헌장이 비준되고 그 비준서가 기탁됨으로써 그 효력이 발생하게 된 날이다.
오늘날 「유엔」회원국은 1백31개국에 달하고 있으며, 26년 전 원 회원국 51개국에 비하면 무려 2·6배로 확대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 탄생한 국제연맹이 불과 15년밖에 존속하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유엔」은 사상 최대의 평화기구로서 그 역사에 있어서도 이미 새로운 기록을 세워놓고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유엔」은 변천 무상한 국제정세의 와중에서 그 자체의 구조개혁을 위한 벅찬 진통을 겪고 있는 중이다. 이것은 다름 아닌 올해 「유엔」총회에서 토의되고 있는 중국대표권 문제가 바로 그것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미국측 제안인 「역 중요사항 지정안 및 복합 대표안」이 붕괴될 것인지, 아니면 「알바니아」안 또는 「사우디아라비아」수정안이 통과될 것인지, 여전히 유동적인 상태라 하겠으나, 그 어느 안에도 공통적인 것은 중공을 「유엔」에 가입시키되 안보상임이사국자리를 주자는 것이다.
문제의 초점은 다만 자유중국의 「유엔」의석이 그대로 존속될 것인가 하는 것인데 작금의 추세로 보아서는 특히 자유진영의 주축 국가였다고 할 수 있는 영국과 「노르웨이」 등의 「알바니아」안 지지로 말미암아 그 전도에 결코 낙관을 불허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에 「알바니아」안이 통과된다고 하면 「유엔」안보이사회는 물론, 총회의석의 분포, 그리고 「유엔」각 기관의 조직상황은 과거와는 전연 다른 것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유엔」이 내부적으로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서는 세계평화기구로서의 「유엔」의 기능이 점차 무력화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유엔」이 초국가적 강제력과 기속력이 없는데도 기인하지만 대국간의 이해 대립으로 말미암은 거부권의 남용, 군소 회원국가의 무책임한 투표, 헌장을 유린하고 있는 국제사회에서의 폭력 사태 등이다.
그런데다가 여기에 중공이 가입된다고 하면 「유엔」의 장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은 결코 추측하기에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일부국가에서는 중공이 「유엔」에 가입하게 되면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서 반체제적인 폭력을 일삼던 그들로서도 불가피하게 국제질서에 순응하며 체제화 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적어도 현재로서는 지나친 낙관적 기대라 보아야 할 것이며, 중공이 행사할 거부권, 또는 중요문제에 걸친 방해와 반대는 「유엔」의 기능을 더욱 마비시킬 염려가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것이 한국에 미칠 영향 또한 우리의 입장에서는 날카롭게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정부수립 때부터 「유엔」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도 「언커크」는 한국의 긴장상태 완화와 평화적 통일을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으며 「유엔」군은 한국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기 위해 협조하고 있다.
「유엔·데이」와 더불어 한국민 같이 「유엔」의 존재의의를 높이 평가하는 국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유엔」이 직면한 심상치 않은 시련이 한국에도 휘몰아칠 가능성은 없지 않다. 바라건대 「유엔」은 1947년 「유엔」 한국임시위원단의 설치이래 거의 해마다 채택한 통한결의안을 상기하면서, 또 「유엔」이야말로 일찍이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로서 대한민국을 승인했음을 잊지 않으면서, 그 구조와 분포가 어떻게 변천되든 변함없는 협조와 지원이 있기를 바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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