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4명 중 1명 영양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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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가장 건강할 것 같은 20대 여성의 건강지표가 가장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에서는 영양부족이, 다른 편에서는 영양과잉이 심하다. 스트레스 강도 역시 최고다. 질병관리본부가 4일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2012년)에 따르면 20대 여성은 흡연·고위험 음주, 영양부족·지방과잉, 스트레스 등 대부분의 주요 건강지표에서 여성 평균치보다 좋지 않았다. 이는 전국 만 1세 이상 국민 1만 명의 건강상태와 생활습관을 조사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먼저 담배를 피우는 20대 여성이 많다. 여성 평균 흡연율이 7.9%인데 20대는 13.6%로 1.7배에 이른다. 20대 여성의 9.2%가 ‘고위험 음주’를 한다. 주 2회 이상, 한번에 5잔 이상 술을 마시는 경우를 말한다. 역시 전체 여성 평균(6%)보다 높다.

 영양상태는 극단을 달린다. 요즘처럼 먹을 것이 넘치는 때 영양부족 판정을 받은 20대 여성이 가장 많다. 섭취한 에너지가 필요한 양의 75%를 채우지 못하고 칼슘·철·비타민A 등의 영양섭취가 부족한 경우가 10명 중 2.5명(24.8%)꼴이다. 날씬한 몸매 강박 탓이다. 20대 여성의 50%가 아침을 굶는다. 이는 남성 20대(35.8%)에 비해 월등히 높다. 다른 한편에선 에너지 섭취량이 정상치의 125%를 넘으면서 지방 섭취량이 적정비율을 초과한 경우가 7.9%(전체 평균 5.2%)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스트레스도 많다. 일상생활 중 “스트레스를 매우 많이 느낀다”고 응답한 20대 여성이 절반(45.5%)가량이다. 여성 평균(31.5%)은 물론 남성 중 스트레스가 가장 높은 30대(29.8%)보다 높다. 자살을 생각해본 20대 여성의 비율도 22.1%에 달해 가장 높은 70대 이상(24.8%)과 비슷한 수준이다.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지호 교수는 “20대 여성은 취업의 어려움이나 외모에 대한 평가로 가장 사회적인 압박이 심한 시기”라며 “스트레스가 무리한 다이어트로 이어져 영양부족의 결과를 낳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대 여성에게 스트레스와 영양관리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동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는 “가임기에 영양이 부족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경우 불규칙한 생리로 이어져 불임이나 난임이 될 수 있다”며 “당장 눈에 보이는 질병으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중년 이후 심혈관계 질환이나 골다공증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고 말했다.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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