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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최초로 일본 앞지른 경상수지 흑자의 명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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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올해 우리 경상수지 흑자가 630억 달러로, 사상 처음 일본(601억 달러 추정)을 앞지를 전망이다. 이런 역전 현상은 최근 두 나라의 경제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임이 틀림없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우리의 주력 수출상품인 휴대전화·자동차·반도체 등은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 덕분에 지난달 월별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500억 달러를 돌파했고, 경상수지 흑자도 20개월째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5배 넘게 크고, 전통적인 무역 흑자대국인 일본을 제쳤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경상수지 흑자 역전에 숨어 있는 불편한 진실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잘했다기보다 일본의 내부적인 문제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가동 중단으로 에너지수입이 급증해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 여기에다 아베노믹스로 엔화가치가 40% 가까이 떨어져 해외에서 벌어들인 배당·이자 같은 자본수지도 달러환산액으로 낮아졌다. 또 하나,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은 한번 국제경쟁력을 잃은 산업은 좀체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때 일본 수출의 효자 노릇을 해온 소니·파나소닉 등의 간판 전기전자 기업들의 수출은 환율이 올라도 게걸음을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환율 압박이다. 이미 미국 재무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독일·중국·일본을 지목해 환율을 내리라며 딴죽을 걸기 시작했다. 유로존인 독일, 아베노믹스를 용인받은 일본, 독자적인 환율정책을 고수해온 중국과 비교하면 이런 압력에 가장 취약한 나라가 한국이다. 더욱이 미국이 양적완화를 중단하면 국내에 들어온 외국자금이 빠져나가 환율이 급변동할 수 있다. 지금부터 차분하게 환율 압박에 대비한 논리를 개발하고, 외환보유액도 더 쌓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의 체질 개선이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연구개발(R&D)을 통해 품질경쟁력을 꾸준히 끌어올려야 어떤 환율전쟁이 몰려와도 살아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