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이일드 채권 눈여겨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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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김동일 프랭클린템플턴투자신탁운용 채권운용부문최고책임자(CIO)는 “정보기술(IT), 자동차 업종은 내년에도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앙포토]

“화학·철강 같은 경기민감주가 요즘 잘나가죠? 내년엔 조정을 받을 겁니다. 내년 1년은 주식에 투자할 때가 맞지만 지금 잘나가는 것들을 담아선 안 되죠.”

 지난달 30일 김동일 프랭클린템플턴투자신탁운용 채권운용부문 최고책임자(CIO)는 내년 시장을 전망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살아나면서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하는 자금의 흐름은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산업 간 불균형이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산업별 불균형이라니 무슨 말인가.

 “지금 장을 이끄는 경기민감주들은 바닥을 치고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반면 정보기술(IT), 자동차 업종은 내년에도 좋은 성적을 낼 전망이다.”

 -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대형주 수익률이 좋은데.

 “이 역시 내년 투자를 준비한다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현재 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다. 올 12월이나 내년 3월 시행될 거라는 게 시장 전망이다.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되면 외국인들이 빠질 수밖에 없다. 내년엔 최근 대형주로 자금이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중소형주에 주목해야 한다.”

 - 해외 주식에 투자한다면 어디에 주목해야 하나.

 “프런티어 마켓이다. 이머징 마켓보다 개발이 덜 돼 경제 규모는 작지만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큰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국가들 말이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나이지리아·가나·이집트 등이 예다. 지금은 이머징 마켓에서 프런티어 마켓으로 눈을 돌릴 때다.”

 - 그렇다고 자산을 모두 주식에 투자할 순 없지 않나.

 “가장 중요한 건 포트폴리오다. 아무리 주식시장이 좋다고 전 자산을 주식에 투자할 순 없다. 채권 투자는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미국 하이일드채권을 눈여겨봐야 한다.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의 채권인데,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이들 기업의 부도율은 낮아지고 수익은 높아지고 있다.”

 - 동양 사태를 겪은 투자자들에게 하이일드채권은 위험해 보인다.

 “수익이 높다는 건 위험도 높다는 뜻이다. 미국 하이일드채권에 한국 투자자가 직접 투자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국내 회사채도 마찬가지다. 주식과 달리 개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펀드 같은 간접 투자를 권한다. 펀드의 장점은 분산 투자다. 여러 회사채에 분산 투자하기 때문에 한두 개가 동양처럼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부도가 나더라도 다른 데서 수익을 내 메울 수 있다.”

 - 시니어론도 한때 인기였는데.

 “시니어론은 하이일드채권과 비슷하다. 시니어론은 변동 금리가 적용되고 담보가 있다는 게 다르다. 이 때문에 하이일드채권에 비해 금리가 낮다. 금리가 오를 상황이라면 시니어론이 좋다. 한데 현재 상태로 보면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건 2015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시니어론은 시중 금리가 아니라 정책 금리에 연동돼 있다. 지금은 시니어론보단 하이일드채권이 매력적이다.”

 - 채권 투자할 땐 펀드를 이용하라고 했는데, 좋은 펀드를 고르는 방법을 알려 달라.

 “투자의 제1원칙은 내가 투자하는 상품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동양사태가 벌어진 건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양 회사채의 신용등급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졌겠나. 브라질 채권도 마찬가지다. 브라질 국가 신용등급은 BBB-였다. 외부 영향에 그만큼 취약하다는 뜻이다. 좋은 채권 펀드를 고르는 방법 역시 그 펀드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벤치마크로 삼는 게 국공채인지 회사채인지, 회사채라면 어느 등급의 회사채인지 벤치마크로의 평균 만기는 얼마인지 알고 투자해야 한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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