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년 3.2% 성장, 코스피 2350선 도달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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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한국은 엔화 약세로 연초에 역풍을 일찍 겪었던 게 강점이 됐다.”

 파블로 골드버그(45) HSBC 이머징마켓 글로벌 리서치 대표의 말이다. 그는 최근 미국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장 여파가 적었던 것에 대해 “엔화 약세로 인해 한국은 변화 압박을 상대적으로 일찍부터 받아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이미 투자자들에게 한국은 ‘고소득군 투자처’가 아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핫머니 유입이 적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이 4분기 수출 주도로 인해 경제성장률을 일부 만회했다며 올해 경제전망치를 2.7%, 내년에는 3.2%로 예상했다. 지난달 31일 그를 만났다.

 - 다른 기관의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보다 낮은 수치다.

 “시장의 주된 예상치보다 낮은 건 사실이다. 아직까지 억제된 국내수요로 인해 무역의존도가 높아 불확실성에 따른 변동폭이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 한국은행이 외부 불확실성에 따라 지난 5월 이후로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주식은 저평가돼 있어 긍정적인 투자요소가 될 것이다. 미국의 회복과 엔의 안정화, 중국의 성장 같은 변수들이 결합돼 한국 주식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HSBC 내부적으로는 한국주식이 내년까지 현재보다 10%포인트가량 더 오른 2350선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본다. 종목별로는 IT분야나 자동차·조선·금융권이 주식상승을 이끌 것이다.”

 -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비롯한 일부가 내년 신흥국가에서 ‘환율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 하는데.

 “사실 신흥국가들의 통화가 조정국면에 있는 것은 맞다. 자산군별 투자의견을 고려할 때 주식·채권보다 통화분야에서 가장 신중할 필요가 있다. 지난 2분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소식으로 인해 신흥시장 자본유출이 급격히 이뤄진 것을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 양적완화 축소가 진행되면 자본이 다시 미국시장으로 추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그간 미국의 자금 유입을 받은 신흥국가는 미 달러화 대비 환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변동폭이 클 거라고 보진 않는다. 이미 미국의 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움직임이 신흥시장에 많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 신흥시장 국가별 전망은.

 “여러 가지 상황 전개를 지켜봐야 하는 국가는 터키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유럽연합(EU)과 러시아 사이에서 어려운 정치적 난관에 봉착해 있다. 정치적 상황이 경제 압박으로 작용하게 될지 여부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아르헨티나는 미국 헤지펀드와의 채권소송에서 패해 1000억 달러의 채무를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미 법원의 판결을 받았지만 지급정지 결정을 선언할지 지켜봐야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노동쟁의 분쟁이 해결되느냐에 따라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 중국의 상황은 어떤가.

 “중국 경제에서 가장 중점을 둬야 하는 변수는 ‘도시화’다. 도시화야말로 중국 성장을 주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이는 전적으로 중국 정책 결정자들의 개혁 사업에 달려 있다. 하루아침에 변화가 일어날 수 없는 장기적인 움직임일 것이다. 올해는 7.7% 성장할 것으로 보이고, 내년에는 7.4%로 전망한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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