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협정』앞으로의 과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10월 16일자로 한-미 섬유협정 체결에 관한 각서가 서명됨으로써「닉슨」대통령은 68년 8월에 공선공약으로 내세운 섬유류 수입규제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으며 한국을 비롯한 극동 4개국은 미국의 자위책에 말려 강요된 희생을 치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16일「메머랜덤」형식으로 교환된 한-미 섬유협정에 따라 한국은 71년 10월1일부터 76년 9월 30일까지 5년간, 현 평균 증가율 인조섬유 7.5%, 모 제품 1%라는 제약조건 밑에서 미국에 섬유제품을 수출하도록 의무가 지워졌다.
이 제약기간은「닉슨」정부의 정치적 배려에 의한「타임·스케줄」과 일치하는 것이다.
당초에 미국의 섬유류 수입제한 움직임이 태동한 것은 남부 표를 얻기 위한「닉슨」의 선거공약이 그 진원이었다.
미국이 자유무역 원칙을 역행하면서 이 같은 섬유협정을 맺은 것은 내년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를 유리하게 이끌자는 포석, 그리고 당선후의 재임기간 4년 중 다시는 섬유문제를 거론치 않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작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이 바로 5년으로 계산되는 것이다.
한국을 이번 협상에서 70년 4월1일부터 71년 3월30일까지의 기준실적 3억7백만 평방「야드」에 1천7백만 평방「야드」의「보너스」를 더 따냈다.
그러나 이「보너스」는 일본·대만에 비해 기준실적이 너무나 낮은데 대한 일종의 동정적 조치에 불과하다.
한국이「보너스」를 포함한 기준실적에 따라 76년까지 수출을 늘려 간다 해도 76년도의 수출실적은 4억5천9백여 만 평방「야드」로서 협정체결 당시의 당 회 기준실적 4억2천5백만 평방「야드」를 약간 상회하는 정도이며 일본의 9억 5천만 평방「야드」의 절반에 불과한 미미한 숫자이다.
이를테면 대만이 협정의 기준 년도인 70년의 대미 섬유류 수출을 사실상 배가시킨 반면 한국은 37.9%밖에 늘리지 못한 뼈아픈 실책을 저지른 셈이라 하겠다.
또한 특정 규제품목이 일본은 18개 품목(대만은 미정) 인데 비해 한국은 12개로 타결된 것을 당국은 내세우고 있지만 이것은 오히려 한국의 섬유상품이 단조로와 그만큼 인기품목이 적었다는 현상을 반증하는 것으로서 앞으로 한국의 섬유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를 교시하는 것이다.
아무든 정부간 쌍 무 협정이 이루어진 이상, 여기서 비롯되는 타격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사후대책이 우리가 당면한 과제다.
「케네디」미 대통령특사는 섬유류 수출감소에 따른 특별경원을 구두 약속했다고 하나 현재의 시세로서는 빠른 시일 안에 이러한 경원이 있기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최근 미국은 국제 수지적자를 줄이는 대책의 일환으로 대외원조를 삭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방위 비 분담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인 것이다.
한-미 섬유협정에 따른 영향으로서는 ▲수출차질이 5년간에 약 10억「달러」▲보유섬유시설의 30% 유휴 화 ▲5만여 명의 실업자 발생이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은 섬유산업의 타격을 보전하는 방안으로 정부가 ①잉여시설을 매입하고 ②특별보조금을 지급하며 ③제3국 시장진출을 뒷받침한다는 등의 방침을 세우고 있다. 또한 업계 스스로도 제3국과의 합작투자를 통해 상표를 바꾸면서 미국시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일본의 대책은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가 되나 재정사정 등의 측면에서 일본과는 달리 우리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아무든 우선 제품의 고급화가 시급하다.
같은 수량의 섬유제품을 수출한다 해도 값을 더 받는다는 것은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한 방법이다.
다음에는 시장의 다변화다. 전체 섬유제품의 50%가 미국 행이라는 현재 체제를 바꾸는 것이 긴급한 일이다.
그리고 대미 수출규제를 받지 않는 제3국으로 진출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비교적 섬유산업의 비중이 큰 동남아 각국에 투자, 그 나라 상품으로 미국에 상륙하는「드리·쿠션」방식이 모색될 법한 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할 것은 한국 섬유산업의 재정비다.
국내 섬유업계는 화 섬 혁명 이후 시설의 적정 규모나 채산성을 고려치 않고 우후죽순 식의 난립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정부의 무원칙이 이러한 난립을 초래케 한 것은 물론이다.
때문에 섬유업계는 여건 변동에 대응하는 체질이 전혀 형성되지 않은 채 격동기를 맞이했다. 대미 수출제한을 계기로 섬유업계는 영세시설의 통합과 함께 근대화를 촉진하는 방향전환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충고하고 있다.
결국 섬유파동을 극복하는 길은 정부와 업계가 정확한 공동방안을 실정하고 이를 강력히 실천하는데 달려있다.
그러나 주요 수출국의 수출제한으로 미국 내의 섬유제품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에 편승해서 한국섬유제품의 활로가 틔어질 가능성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영진 기자>

<각계의 반향>
▲무역=3차5개년 계획에 큰 타격을 준다. 정부는 재원을 마련, 업계의 피해를 보상해 주어야 한다.
▲상의=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도록 ⓛ재정·금융 지원강화 ②노후시설개체 ③합병, 계열화 촉진을 해야 한다.
▲전경련=관민합동대책위를 구성. 경제체질 강화에 임해야 한다.
▲섬유단체 연합협의회=섬유업계의 유휴시설을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
▲한국의류 수출조합=도산·휴업 수습대책이 필요하다.
▲소모 방공 협=72년도 수출목표 6백만 불 달성이 불가능해 졌다.
▲직물연합회=직기 3천 대를 줄여야 하며 1만 7천 명이 실업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