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학과 자유정신|작가 서기원·평론가 김 현씨 강연에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흔히 작가들은『이런 상황 아래선 글을 쓰지 못하겠다』고 말한다.「상황」이란 여러 가지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작가 자신이 그 상황을 외부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그러한 작가들이 글을 쓰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정치적 혹은 사회적 현상의 여러 가지 영향 때문이겠고, 그 상황이 내부적인 것이라면 작가 자신의 내적 갈등 따위가 글을 쓰는데 있어서의 제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3일 하오「아카데미·하우스」에서「문학과 자유정신」을 주제로 한 작가들의 모임에서 김 현씨(문학평론가)는『작가들은 왜 글을 못 쓰게 되는가』, 서기원씨(소설가)는『표현의 자유와 작가의 양심』이라는 제목의 발 제 강연을 했는데 다음은 그 요지.
김 현씨는 우선 순수론·참여 논의 배경을 가지고 글을 쓰려는 작가들의 자세를 비만했다. 김씨는 순수와 참여의 문제가 우리의 현대문학이 시작될 때부터 평행선을 달려 일치점을 찾을 수 없이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즉 참여 파는 순수 파가 현실에 대한 관심과 의식이 없다고 매도하는 반면, 순수 파는 참여 파가 문학적 탁마를 거치지 않아 글쓰는데 대한 기초가 돼 있지 않다고 비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참여나 순수론 따위가 과연 문학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김씨는 회의를 나타냈다.
김씨는 우선 참여문학의 경로를 되돌아 보건대 한치의 발전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참여의 기본적「패턴」인 이광수·최남선이 결국『나는 문인이 아니다』며 학자의 입장으로 돌아간 것을 상기시켰다.
즉 참여라는 정신적 배경 속에서 글을 쓸 때 그 작가는 자기가 아무리 글을 써도 사회의 어떤 체제도 고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며 마침내는 글쓴다는 자체를 부끄럽게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순수 파는 표현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그 표현에 한계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작가는 절망하고 만다고 김씨는 말하고 그 대표적인 예로 이상을 들었다.
김씨는 순수 논과 참여 논의 이러한 관점에서 여러 작가들이『글을 못쓰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의미심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순수·참여와 관계없이 몇몇 작가들이 정치·사회적 상황을 핑계로 하여 침묵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작가자신의 비굴성을 드러내는 것이며 자유로운 정신을 억압하려는 현장이 어느 사회에나 있었음을 상기할 때 이것을 이유로 하여 글을 쓰지 않고 있는 작가의 충고가 얼마나 피상적이며 안일한 발상인가고 김씨는 지적했다.
서기원씨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표현의 자유가 제약받고 있음은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가 아닌 가고 반문하고 이러한 문제는 양적인 문제보다 질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고 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작가들이 지레 겁을 집어먹고「이데올로기」의「터부」나 사회적 규범 등 작가 활동에 제약을 가하고 있는 여러 가지 현장을 과장되게 생각하는 것은 작가적인 양심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씨는 현재 우리 사회가 글을 쓰는데 있어서의 기본적 제약이 가해지고 있는 사회는 아니라고 말하고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제약이나 구속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에 대한 끊임없는 저항을 하는 것이 작가다운 자세라고 설명했다.
다만 작가자신이 필화로 이끌어 나갈 걸은 피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견해.
이를 위해서 작가가 사회적인 여러 가지 상황을 알 필요도, 알 수도 없으나 병폐가 무엇인가 따위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현실을 직시하고 생각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가지 예로서 농촌의 비참한 모습을 든다면 작가가 그것을 다룰 때 대체로 그 자체의 안이한 감상을 주제로 하여 다루기 쉽지만 그것은 올바른 작가의 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서씨는 현실자체가 복잡하다는 작가의 인식 때문인지 최근에 들어 표현 면에서 다양성이 눈에 띄고 있다고 말하고 작가로서 표현의 자유를 운위한다면 작가로서는 그 한계점에 다다를 때까지 모험을 계속해야 하며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