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 국민학교 폐지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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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공·사립 사범대학의 부속국민학교와 사립 국민학교를 모두 폐지하기 위한 법안이 마련되어 공화당 정책위의 심의에 넘겼다고 한다.
보도에 의하면 이 법안은 정부가 지난 64년부터 국민학교의 교실 난 해소를 위해 정책적으로 설립을 권장했던 사립 국민학교들이 오늘날 도리어『의무교육에 있어서의 차등을 초래하고, 부패풍조를 수반하는 등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폐지하겠다는 것으로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후 1년 내에 모든 사대부국 및 사립 국민학교를 폐지, 그 재학생들은 거주지의 공립 국민학교에 전학토록 조처한다는 것이 그 골자라 한다. 국회의원에 의해 이 같은 법안제출의 움직임이 있다는 보도는 6만 4천여 사립 국민학교 아동 및 그 학부모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사대부국」이라는 교육기관이 교사양성제도와 관련하여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필수 불가결한 존재임은 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우리 나라의 부 사립 국민학교가 이른바「귀족화」하여 많은 사회적 폐단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바로 그 때문에 전 사립 국민 교를 일거에 없애 버리겠다는 생각은 자유국가에서의 교육체계의 본질이나 우리 나라 교육운영의 실태를 충분히 파악한 것인지 의문이 있다.
우선 교육자들의 현장연구를 위해서는 물론, 장차 교사가 되고자 하는 교생들의 실습을 위해 교육법상 필수 불가결한 기관인 사범대학부국을 별다른 대안도 없이 1개 법조문으로써 불쑥 폐지할 수 없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 나라의 87개 사립 국민학교 중 몇몇 극소수를 제외한 대다수 학교는 기실 학부모들의 사회계층으로 보거나, 실질적인 공납금 부담액으로 보거나, 이른바「귀족 학교 화」운운의 세평과는 전혀 무연한 것이라는 실정을 통찰할 필요가 있다.
우리 나라의 국민학교 전체 취학아동 5백74만 명 중 사립 국민 교 취학 자는 불과 6만4천명 정도이므로 그 비율에 있어서는 그들이 확실히 일종의 특권적 존재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학부모들의 사회계층을 보면 대체로 그 80%는 놀랍게도 중간층 정도의 봉급생활자·시장상인 등 중산층이라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실정은 전국 5천 9백 61개교의 국민학교 가운데 교육법 시행령 제92조의 학년 당 6학급 이내와 1학급 당 60명 이내라는 기준을 지키고 있는 공립국민교가 전국적으로도 고작 55% 정도에 불과하고 더군다나 서울 등 대도시의 경우에 있어서는 한 학교에 4천 명 내지 1만 명 이상, 한 학급당으로도 90명 이상의 아동을 수용한『「매머드」학교』「콩나물 교실」이 오히려 일반화한 현상이라는 사실과도 연관돼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도시의 경우 공·사립 국민학교간에는 그나마 공납금에 있어서도 도시민의 소득으로 보아서는 그다지 큰 차가 없는 실정이므로, 이와 같은 상황아래 교육에 관심을 가진 많은 학부 무들이 앞을 다투어 그 자녀들을 사립 국민 교에 취학시키려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며 이처럼 비교적 좋은 교육경경을 유지하려는 사학 측의 노력을 죄악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일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몇몇 지정학교의 눈에 벗어난「귀족화」경향에 대해서는 마땅히 그 시정을 위한 엄격한 규제와 지도감독이 따라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때문에 전 사립 국민학교를 퇴폐풍조와 결부시켜 일거에 폐지하겠다는 구상은 어느 모로나 온당을 실한 것이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나라의 허다한 개혁논자들이 걸핏하면 국가백년대계라 할 교육제도에 대해서 오랜 시일을 두고 신중한 조사검토를 거치지 않고서 이처럼 즉흥적인 대책을 마구 발설하고 있는 풍토를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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