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참히 깨진 동심의 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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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남원=임시취재반】꿈에 부푼 수학여행길은 순간적으로 피범벅이 된 아수라장이 돼버렸다. 13일 새벽 수학 여행길의 열차참사사고는 남원의 새벽하늘을 어린 학생들의 울부짖음으로 메아리지게 했다. 이 사고는 서울경서중학생 45명의 생목숨을 앗아간 모산 건널목사고가 난지 꼭 1년만에 또다시 일어난 어린이들의 여행길 참사―. 『꽝』하는 소리와 함께 꿈의 수학여행길이 무참히 깨진 역구내에는 학부모들이 어린 자녀들의 죽음을 껴안고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고 몸부림치는 모습으로 덮였다.

<사고순간>
경사15도의 경사 길로 뒷걸음질치던 여객열차는 점점 가속을 내면서 아슬아슬한 장면이 나타나는가 싶던 순간, 고장난 열차 쪽으로 오던 기관차와 사정없이 충동하고 말았다.
『꽝』하는 무거운 순간의 굉음이 남원역을 뒤흔들어놓은 것이다.
후미쪽 1호간 열차는 충돌과 거의 동시에 반동으로 2호차를 뚫고 6m가량 들어갔다. 두 객차는 순간에 박살이 나고 열차 안은 『사람 살려라』는 어린 학생들의 절규로 묻혀버렸으며 30여명의 학생들이 겹쳐진 두 열차 속에 깔렸으며 수학여행의 꿈은 산산조각이 나고 만 것이다.

<사고현장>
피범벅으로 변해버린 열차 안은 좌석에 앉은 채 끼여 죽은 학생들의 시체와 부상자들의 비명으로 울음마저 삼켜버렸다.
피묻은 여행용가방과 학생모·과장봉지 등이 아무렇게나 나뒹굴었고 생존학생중의 몇몇은 피투성이 급우의 몸을 안고 몸부림치고 있었다. 참사소식을 듣고 달려온 학부모들이 남원역을 메웠으나 경찰의 제지로 현장접근도 못한 채 아들·딸의 이름을 목메어 부르며 발을 굴렸다.
사고현장 수습차 달려온 「크레인」이 2호간에 엉겨붙은 1호간을 끌어내는 동안 『빨리 살려달라』는 어린 학생의 가느다란 목소리가 찌그러진 차체 밑에서 새어나오기도 했다.
◇사망자 명단
▲이명훈(13) ▲육정임(13) ▲연여선(13) ▲신규오(17·전주공고생) ▲강선남(13) ▲김혜옥(13) ▲이남숙(13) ▲서성린(13) ▲김은숙(13) ▲신혜숙(13) ▲이지영(13) ▲박수용(13) ▲김재순(13) ▲김은숙(13) ▲김택식(16) ▲김정자(13) ▲정충원(17·전주공고생) ▲20세쯤의 남자 ▲13세쯤 여학생 ▲13살쯤의 여학생(이상 어린이 사망자는 남원국교 6학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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