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와 앞을 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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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테이아르·드·샤르뎅」이라면 「가톨릭」교에서 가장 존경받는 금세기 최고의 성직자이다. 자연과학계에서는 그를 고생물학자로, 아니면 지질학자로 더 기억한다. 「프랑스」 태생인 「샤르뎅」은 1955년, 74세로 세상을 떠났다.
1915년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그는 신부의 옷을 입은 채 「베르단」 전선으로 달려갔다. 『나는 사제이기 때문에 나의 힘이 미치는 한 나는 앞으로 사람들에 앞장서서 세계가 사랑하고 추구하며 참아 견디고 있는 것을 깊이 자성하고 싶다. 사람들에 앞장서서 희구하고 공감하며 고통받으련다. 사제이기 때문에….』
그는 4년 동안이나 최전선을 전전하며 부상병을 실어 날랐다. 그때에 한 말이다.
그는 교회가 이 지상에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절감한 성직자이다. 그는 지상의 죄악이 구름 위의 교회로 날아와서 승화하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몸소 그 죄악이 있는 지상의 현실에 다가가서 고통 속에서 그것을 극복했다.
20세기 최초의 교황인 「비오」12세는 『자연과 초자연은 칼로 자른 듯이 쪼갤 수 없다』고 설파했었다. 이 말은 지상과 천국의 의미를 따로따로 생각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교회는 바로 이 지상에 두발을 딛고 서 있는 것이다.
육체를 떠난 영혼만이 구원을 생각한다면 교회는 굳이 지상에 있을 필요가 없다. 인간세계에서 그런 종교는 무의미하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는 현실에 대한 관심과 성의를 잠시도 버리지 못한다. 집요하게 그 속에서 빛과 소금의 구실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샤르뎅」은 그런 『위와 앞을 보는 교회』의 건설에 앞장섰다. 「위」는 천국이며 「앞」은 현실이다.
비단 「가톨릭」뿐이겠는가. 이 지상의 모든 종교의 이상은 거기에 있다. 『하늘만 쳐다보는 교회』는 지상적인 가치가 없다.
『앞만 바라보는 교회』도 있을 수 없다. 교회는 이 지상의 모든 가치들을 하나 하나 일깨워서 천국으로 인도하는데 그 영원한 사명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하늘과 앞은 커녕, 발 밑만 내려다보는 교회를 때때로 보아왔다. 오늘의 교회는 그 때문에 스스로 일대위기에 직면해 있다. 사람들은 인간의 정신적인 가치를 일깨워주지도 못하고, 인생에 의미를 부여해주지 못하는 교회에 실망과 환멸마저 금치 못한다. 성직자들이 목이 쉬게 설교를 해도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으며, 교회의 종소리가 울려도 마음이 뜨거워지지 않는 이 현실!
최근 우리 나라의 신·구 교회에서 『하늘과 앞을 바라보는 교회』의 존재를 깨우쳐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늘만 쳐다보던』 종교인들, 『발 밑만 내려다보던』 세속인들은 이제 눈길을 돌릴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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