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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 이동하며 장기 촬영·치료 … 영화 속 모습이 현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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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로봇연구소에서 연구원이 능동캡슐내시경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전남대 로봇연구소]

쌀알보다 작은 로봇이 몸속을 기어다니면서 몸 상태를 점검하고 이상 부위를 치료한다. 알약 크기만 한 로봇이 위장관 속을 빈틈없이 촬영해 모니터로 전송하고 의사를 대신해 환자의 부러진 뼈도 맞춘다.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실제로 5년 내 의료현장에서 벌어질 일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로봇은 현재형이기보다 미래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로봇은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지난달 24~27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3로보월드’는 가까운 미래의 현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였다. 특히 전남대 로봇연구소는 8종의 의료로봇을 선보이면서 미래 의료현장의 모습을 제시했다.

막힌 혈관, 로봇이 뚫는다

의료로봇은 첨단기술을 도입해 불가능했던 치료를 가능하게 하고, 기존 기술보다 치료 효과를 높인다. 대표적인 혈관로봇은 4년 안에 막힌 혈관을 뚫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혈관이 막히면 ‘카테터’라는 기구를 삽입했다. 고난도 기술이다 보니 의사마다 실력 차도 생긴다. 이를 혈관로봇이 대체하게 된다. 혈관로봇은 기존 카테터로 수술이 어려웠던 동맥 만성완전폐색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만성완전폐색은 동맥혈관이 완전히 막히는 것을 말한다.

혈관로봇은 직경 1㎜, 길이 5㎜의 크기로, 혈관 내에 투입되면 위치를 이동하면서 막힌 혈관을 뚫는다. 이미 이 로봇은 돼지혈관을 뚫는 데 성공했다. 돼지는 강한 혈류와 혈압을 유지해 인간의 혈관 환경과 비슷하다. 혈관로봇 연구는 지난해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우수연구 성과 12선에 선정됐다. 이번에 공개된 로봇은 3차원 공간이동 기능과 함께 영상획득 기술까지 통합한 상용화 전단계다.

캡슐내시경, 맘대로 조종 가능

캡슐내시경은 기존 진단기술에서 진일보했다. 몸 밖에서 원격으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캡슐내시경은 길이 1.8㎝, 지름 0.8㎝ 정도의 약간 큰 알약만 하다. 캡슐을 삼키면 몸속을 따라 이동하면서 장기를 실시간으로 촬영해 전송한다. 반면 기존 캡슐내시경은 소화기관의 연동운동에 의해 움직였다. 그래서 의사가 진단하고 싶은 부위로 이동하거나 특정 부위에 멈춰 촬영할 수 없었다. 이제는 몸 바깥에서 무선으로 캡슐을 조종해 원하는 부위로 이동할 수 있다. 이 능동캡슐내시경은 진단시간이 20~30분에 불과하다. 기존 캡슐내시경의 진단시간이 12~24시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이뿐 아니라 진단 부위에 약물을 주입할 수 있다. 2~3년 뒤에는 상용화가 점쳐진다. 기존 캡슐내시경 시장뿐 아니라 내시경 시장 전체를 대체할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상용화할 경우 수입에 의존하던 의료로봇 시장의 국산화 길을 열 것으로 보인다.

벌레 모양 로봇이 몸속 장기 돌아다니며 치료

다리를 갖고 몸속을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치료하는 로봇도 있다. 장기치료 미니로봇(사진)은 복부 속으로 들어가 간이나 장기 등 겉면을 걸어다닌다. 그러면서 장기 외부를 점검하고 환부에 약물을 주입하도록 설계됐다. 길이 25㎜에 폭 20㎜로 크지 않다. 6개의 다리로 이동해 언뜻 보면 작은 벌레 같은 모양이다. 구조가 간단하고 가벼워 소비전력도 적다. 로봇 내에 약품 저장소가 있어 치료가 필요한 곳에 약물을 전달하고 주입한다. 간암 등 암 덩어리를 집중적으로 공격해 치료하는 데 사용될 전망이다. 암 덩어리가 작을 경우 정확하게 병변만 공격하는 것이 좋다. 미니로봇을 도입하면 수술 규모가 크게 줄 것으로 기대된다. 수술 부위도 줄고, 정교한 수술이 가능해진다. 상용화하려면 원거리에서 로봇의 주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영상장비의 장착이 필요하다. 5년 후에는 의료현장 도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류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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