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점에 선 IMF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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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IMF연차총회가 17일 워싱턴에서 개막되었다. 2차대전 전의 「블록」경제화 및 무역전쟁이 결국 상호 불이익과 전쟁으로 귀결되었다는 냉철한 반성을 모태로 해서 자유무역을 통한 공동 번영을 추구하는 일환 책으로서 설립된 IMF는 전후의 무역신장을 주도하여 오늘의 국제적인 번영을 실현시키는데 결정적인 구실을 해왔음은 주지하는바와 같다 할 것이다.
그러나 IMF체제는 세계경제구조의 변질에 적절히 적응하는데 실패할 요인을 설립 당시부터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며, 결국 60년대 후반부터 주기적인 통화파동을 유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파동은 결국 지난 8월15일의 닉슨 조치로 최고조에 달했던 것이며 이제 IMF설립당시의 통화질서를 그대로 유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고만 것이다. 그리하여 이번 IMF총회는 새로운 국제통화질서를 찾아내는 시발점 구실을 하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정세변동 추이로 보아 새로운 통화질서가 단 시일 내에 형성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판단되는 것이며, 때문에 당분간 타협적인 절충방식이 그때그때 이루어질 것으로 보아 무방할 것이다.
우선 미국의 달러를 중심으로 하는 현행 달러 체제를 대체시킬 묘안이 없다는 점이 새로운 통화질서의 형성을 어렵게 하는 기본적 제약이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현실적인 타협방안이 있다면 그것은 결국 각국간의 평가조정방법으로 이루어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각국간의 평가조정에 있어 달러 자체가 평가를 절하하느냐, 아니면 주요강세 통화국이 평가 절상하느냐 하는 문제는 결국 국제무역 신장률이 둔화할 때 상대적으로 어느 쪽이 더 손실을 보느냐에 따라서 좌우된다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달러의 평가절하보다는 주요강세통화의 평가절상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미국의 수입의존도는 아직도 4%수준에 불과한 것이며, 주요 선진국 중에서 미국처럼 수출입의존도가 낮은 나라는 없다. 이처럼 수출입의존도가 낮은 미국이기 때문에 오히려 정상적인 방법으로 국제수지 불균형을 시정하키는 힘드는 것이며, 그 대신 평가조정협상에서는 유리한 입장에 서 있는 것이 미국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제적 입장이 그러하기 때문에 통화질서의 회복을 서둘러야할 궁지에 몰린 것은 다름아니라 주요강세 통화국인 것이며, 이들이 결국 평가절상으로 미국과 우선 타협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판단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국제포화질서의 이 같은 허점을 이용해서 다른 나라들에 무자비한 희생을 강요하면 할수록 새로운 통화질서의 필요성을 각국이 더욱 절감하지 않을 수 없게될 것이며, 때문에 IMF체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작업이 서둘러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한편에서는 평가조정방법에 의해 무역질서의 회복을 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IMF체제의 근본적인 개혁을 위한 작업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번 총회에 관련하여 우리의 특별한 관심은 이번 총회의 개막기조연설에서 피에르·폴시바이쳐 전무이사도 지적한 바와 같이 『현재의 국제통화위기가 개발도상국가에 미칠 치명적인 타격』에 대해서 일부 선진국가들의 현명한 고려가 요청된다는 사실이다. 오늘날과 같이 국제경제상황이 예측을 불허할 이만큼 큰 파동요인을 내포하고 있을 때, 그로 인한 개발도상국가가 입는 타격은 선발후진국가와는 비교가 안될 이만큼 심대하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번 총회가 이 문제에 대해서도 특별한 관심을 표명해주기를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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