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년 전 연 1억 달러였는데 … 월 수출 500억 달러 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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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해방 직후인 1948년 한국의 수출액은 2200만 달러였다. 아프리카 카메룬(4000만 달러)의 절반 정도였다. 부존자원이 없는 한국으로선 다른 나라에서 돈을 벌어오는 방법 이외엔 경제를 살릴 길이 없었다. 61년 제1차 경제개발계획(62~67년)을 수립하며 수출에 드라이브를 건 것도 그 때문이었다. 정부는 섬유와 가발 같은 노동집약적 산업에 집중적인 지원을 하는 한편 농수산물 수출활로를 뚫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63년 8440만 달러를 수출했다. 1억 달러 고지가 눈앞에 보였다. 당시 주요 수출품은 오징어, 활선어, 철광석, 돼지털 같은 농수산물과 섬유제품이었다. 자신감을 얻은 정부는 64년 8월 26일 국무회의에서 수출실적 1억 달러가 되는 날을 ‘수출의 날(현재 무역의 날)’로 정하기로 의결했다. 그해 11월 30일 수출 누계 1억 달러를 돌파했다.

 그로부터 반세기 만인 올해 10월 한국은 한 달에 500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10월 한 달 동안 505억1100만 달러(잠정치)를 수출해 월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종전 월간 최대 수출액은 2011년 7월의 489억5000만 달러였다. 월간 수출액은 94년 12월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기록한 뒤 2004년 3월 200억 달러, 2006년 11월 300억 달러, 2008년 7월 400억 달러를 기록하며 거의 2년여 주기로 100억 달러씩 갈아치웠다. 산업부는 올해 10월까지 연간 누적 수출액이 4638억 달러로 올 한 해 수출액은 55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10월 수출호조는 미국과 유럽연합(EU)과 같은 선진국의 경기회복에 힘입은 바 컸다고 산업부는 분석했다. 미국 시장에선 스마트폰과 무선통신기기, 자동차 등이 잘 팔리면서 1분기 4.7% 감소세로 출발했던 수출액이 지난달에는 전월에 비해 23.2%나 늘어났다. 특히 무선통신기기의 수출 증가율이 92.6%, 자동차는 39.9% 신장하며 대미 수출을 견인했다. 8~9월 연속해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던 EU 수출액도 10월에는 16.0% 증가했다. 반면 대일 수출은 엔저 여파로 6월 -17.1%를 기록하더니 7월 -14.9%, 8월 -13.3%, 9월 -1.5%, 10월 -8.8%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수출품목이 다변화됐다는 점이다. 전기·전자부품, 화장품, 플라스틱제품과 같은 중소 수출품목의 증가율이 14.2%로 전체 증가율(7.3%)을 웃돌았다. 자동차나 스마트폰, 석유화학, 선박과 같은 13대 주력상품의 증가율은 5.5%였다.

 하지만 낙관하기엔 이르다. 산업부는 “미국 수출전략과 채무한도 협상, 신흥국 경제성장 둔화 우려, 환율 하락 등이 수출전선의 변수”라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한두 가지만 악화되더라도 수출실적은 다시 정체 내지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는 얘기다.

김기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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