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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버린 고급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고급차탈세사건으로 구속됐던 사람들이 모두 풀려 나왔다. 아무래도 사건자체가 꼬리를 감추게되려나보다.
이에는 물론 『자진신고제를 마련했다』, 『형평의 원칙을 따른것이다』라는등 당국해명이 뒤따르고있다. 해당자가 너무많아 수사에지장이 있어서라는 먼젓번 이유가둔갑한 셈이다.
한편, 관세청의 한 국장은『수사만가지고는 불합리한 현실의 벽을깰 수 없다』는 딱한 사정을 털어놓고있다. 그러나 도대체 무엇이『불합리한현실의벽』일까? 알수 있을것도같고, 모를것도같은 아리송한 얘기다.
동국장의 말에는 또 외제승용차에는 위장「넘버」가 많더라는 얘기도 튀어나온다.
위장「넘버」란 아무나 달 수 있는게 아니다. 관의 정상권내에 들지 않으면 어림도 없다. 「위장넘버」란 어쨌든 합법적으로 은밀한 행동이 필요한 사람들을 상정하고서 마련된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건 권력의 은밀한 「심벌」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누구나 그「은밀」한 상징을 가려낼 수 있다데 묘미가있다.
어쩌면 일부러 남들이 그 「은밀성」을 가려내기 쉽도록 달고 다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고급승용차 사건의 수사중단은 이런「위장넘버」의소유주를 가려내지못했기 때문은 아니라는 말이된다. 하물며 이들의권력에 눌려서라는 뜻은 더욱 아니라고 보고싶다. 그 증거로는 어제도 정부의 종합감사반은 어떠한 비위에 대해서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급승용차의 탈세사건이 터지고난 다음부터 거리에서는 눈에띄게 고급승용차들이 즐어 들었다. 들리는 말로는 밀수차의 소유주들이 모두 차고속에 감춰뒀기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수사가 어려워졌다는 말은 바로 이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감춰놓기만 하면 찾지못한다는 것은 차량등록제가 그만큼 엉망이라는 얘기도 된다. 그렇게보면『불합리한현실의벽』이란 바로 그런 차고의 벽을 두고 한말이겠지 하는생각으로 후퇴할수 밖에 없다.
밀수차를 바람이 가라앉을때까지 차고속에 숨겨두는 사람들의 심리만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루드·베녜딕트」는 『국화와검』이란 책에서 일본인의 사고와행동양식을 지배하는도덕원리는 그저남의 앞에서 창피를 당하지만않으면 된다는 것뿐이라고 비난한적이 있다.
남의 눈에만 안띄게 숨길수있으면 어떤 일을해도 가책을 느끼지 앓는게 일본인들의 국민성이라는 말이다.
고급차 시비가 나자 그 차들을 차고속에 깊숙이 감춰두고 있는 사람들의 심리도 어쩌면 그런것인지도 모른다. 정말 어이 없는일에서 일제의 잔재를 보는것 같아 고소가 저절로 나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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