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올해 왕관 없는 한국 … 마지막 세계대회 이세돌만 믿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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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을 향한 바둑팬들의 시선이 연인을 향한 시선만큼이나 뜨겁다. 제아무리 이세돌이라도 중국 대륙의 강력한 ‘군대’를 혼자 힘으로 막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올해 세계대회는 중국이 독식했고 한국은 우승컵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이세돌은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할 수는 있다. 최소한 중국의 우광야 6단을 꺾고 결승에 갈 수는 있다고 팬들은 확신하고 있다. 결승에만 가면 큰 승부에 강한 이세돌이니까 어떤 식으로든 해낼 것이라고 믿고 있다. 만약 이 믿음이 깨진다면 간신히 난간에 걸려 있는 한국바둑은 그대로 추락해 버릴 것이다.

 2013년 마지막 세계대회인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총상금 8억원·우승상금 3억원) 준결승전이 4~7일 유성 삼성화재연수원에서 열린다. 준결승 대진은 이세돌(30) 대 우광야(23), 스웨(22) 대 탕웨이싱(20). 중국 3명과 이세돌이 대결하는 형국이다. 일반적인 예상은 이세돌이 우광야를 꺾고 탕웨이싱을 제압한 스웨와 결승에서 격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명성과 관록을 생각하면 맞는 얘기지만 실제 기록도 부합하는 것일까. 이세돌 9단이 우광야를 이기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는데 정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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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돌 9단 vs 우광야 6단=이세돌 9단은 지난 9월 이후 17승1패다. 9월 3일 천야오예 9단에게 한판 진 이후엔 16연승이다. 이 기간에 그는 삼성화재배 준결승에 올랐고 중국리그에서 구리 등을 꺾었으며 이번 주엔 국수전과 명인전 결승에 진출했다. 슬럼프 조짐을 보였던 이세돌이 최근 거의 수직으로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이세돌은 올해 내내 성적이 기대 이하였다. 세계대회는 초장에 탈락하기 일쑤였고 지난 7월엔 국내 랭킹도 박정환, 김지석에게 밀리며 3위까지 주저앉았다. 삼성화재배 이전까지 국제대회 성적은 4승6패(현재 8승7패). 세계랭킹 1위의 위용은 간 곳이 없었다. ‘이세돌 시대는 저무는가’라는 질문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삼성화재배에서도 첫 판은 졌다. 본선 32강이 4명 중 2명이 올라가는 ‘더블 일리미네이션’ 시스템이었기에 간신히 살아남았다. 신기하게도 그 이후는 16연승이다. 국내든 국외든 두는 족족 이겼다.

 우광야 6단은 무명기사에 가깝다. 중국랭킹은 17위. 그러나 올 국제대회 성적은 18승3패로 한·중·일을 통틀어 승률 1위(85.7%)다. 여기에 이변의 소지가 숨어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16연승의 상승세를 탄 이세돌이 우세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식은 죽 먹기’는 전혀 아니라는 얘기다.

 ◆스웨 9단 vs 탕웨이싱 3단=‘90후’의 선두라 할 스웨는 올해의 첫 세계대회인 LG배에서 우승하며 화려하게 출발했다. 중국랭킹은 3위. 국제대회 전적은 10승2패로 계속 호조다. 탕웨이싱은 중국랭킹 14위. 국제대회 전적은 21승4패(승률84%). 승률에선 우광야, 리친청에 이어 세계 3위다. 우승전력의 스웨가 무게감이 더 있지만 8강전에서 김지석 9단을 꺾은 신예 탕웨이싱의 기세도 만만치 않아 뚜껑을 열어봐야 할 것 같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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