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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추락 18명 사망-7명중경상·차체는 박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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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진해·마산=김형배·김택용기자】5일 상오9시25분쯤 진해시 여좌동 장벽산(해발8백m)중턱 진흥사입구 마진국도 급「커브」길에서 마산을 떠나 진해로 가던 마산 오성여객소속 경남 영5-818호 완행「버스」(운전사 홍정업·44)가 「브레이크」파열로 높이30m쯤 되는 언덕에 굴러 떨어져 차체가 대파되면서 승객 25명 가운데 18명이 죽고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망자 가운데 12명은 그 자리에서 죽고 6명은 병원으로 옮긴 뒤 죽었다.
중상자들은 진해시내 김덕호 욋과와 평안의원에 입원중이다.
사고현장은 장벽산중턱의 경사 20도에 90도 가량 굽은 급「커브」길. 이날 사고 「버스」는 상오9시쯤 마산에서 주로 생선장사를 하는 부녀장꾼 2명을 태우고 떠나 중간에서 7명을 내린 뒤 여좌 검문소에서 검문을 마치고 약10m쯤 내려가다 「브레이크」고장을 일으켰다. 이 「버스」앞 승강구 오른쪽 두번째 자리에 탓다가 경상을 입고 검문소에 사고발생을 알린 마산 제1여중 2년 박은숙양 (15·마산시 산호동531)에 의하면 검문소에서 차가 10m쯤 갔을 때 「엔진」이 꺼지자 운전사가 『큰일났다』고 중얼거리며 차장 (하순희·19)을 부르더니 『「브레이크」와 「사이드·브레이크」도 안 듣는다. 손님들에게 앞 손잡이를 잡으라고 말하라』이른 뒤 경사진 길을 계속 미끄러져 내려가더라는 것.
이런 상태로 5백m쯤 내려갔을 때 너비 23m 가량의 아스팔트길을 가로질러 너비 1m50㎝가량 암거공사를 하고 흙으로 덮어놓은 곳에서 운전사가 「커브」를 바라보며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어 산에 부딪치려 했으나 「핸들」마저 고장나 차는 그대로 언덕을 향해 달려내려 갔다는 것이다.
차가 언덕으로 곤두박질하는 순간, 정신을 잃었다는 박양은 한참만에 길에서5m쯤 내려간 언덕풀숲에 처박혀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한다.
차는 6번 내지 8번쯤 굴러 언덕 밑 개울바닥에 떨어져 「엔진」이 5m 가량 퉁겨 나가는 등 거의 분해되다시피 박살이 나 버렸다.
부서진 「버스」둘레에는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는 시체가 여기저기 처참하게 나뒹굴고 피묻은 함지박과 생선·고무신짝들이 풀숲에 흩어져 있었다.
희생자 대부분이 부녀자들인데다 주민등록증을 갖고 있지 않아 6일 상오까지도 2명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모녀가 같이 참변을 당한 웅남면 신촌리 사는 하순이 여인(37)과 딸 조미례양(5)의 경우는 사고전날인 4일 하오7시쯤 마을 앞 신촌다리에서 과속으로 달리던 소속불명의 「택시」에 치여 조미례양이 왼쪽다리가 부러져, 이날 아침 어머니 하 여인에 이끌러 진해시로 나가 사고 「택시」를 찾을 겸 치료를 받기 위해 중간에서 이 「버스」를 탔다가 함께 목숨을 잃었다.
이「버스」의 소속회사인 오성여객은 1개월 전 정비공15명이 봉급인상 투쟁을 하다 무더기로 해고당해 버려 정비의 손이 크게 부족해있었다.
한편 경남도는 6일 사망자 18명의 유가족에게 각각 1만원씩을 주어 위로했다.

<사망자명단>▲박을순(여·37·진해시 중앙동156) ▲정순환 (남·20·진해시 여좌동 재건주택) ▲김종국(남·23·해군소위·해군 91함 소속) ▲김복덕 (여·53·창원군 웅남면 신리) ▲홍정업(남·44·운전사) ▲김소북(여·39·진해시 경화동) ▲이옥년 (여·32·진해시 여좌동) ▲최의순(여·42·진해시 여좌동) ▲하순이(여·37·창원군 웅남리 신촌리) ▲조미례(여·5·하순이 여인의 딸) ▲구형순(여·49·고성군 고성읍 성내동205) ▲24세쯤의 여자 ▲김성환(12·진해시 익선동) ▲55세쯤의 남자 ▲황재성 (남·48·창원군 웅남면 신촌리) ▲김경구(34·창원군 웅남면) ▲공정수(여·50·창원면 서하리30) ▲김철주(28·웅남면 와남리)

<20년 노후 차에 갑종검사>보상금 40∼50만원 제의
사고 버스는 지난8월6일 2종 검사를 받고 4개월 전에 갑종검사를 받은 것으로 돼있으나 사실상20년이나 된 노후차량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남도 운수당국은 사고버스 외에도 오성여객에 이같이 20년 이상된 노후차량이 2대나 있는 것을 들춰내고 6일자로 폐차 처분했다.
한편 오성여객 측은 50세 이상의 사망자 한사람에게 40만원, 50세 이하의 사망자에게 50만원씩의 보상금을 지불하겠다고 내세웠으나 유족 측은 시체1구당 1백50만원씩 보상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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