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0)슈바이처 박사 6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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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슈바이처 박사가 세상을 떠난지 4일로서 여섯 돌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를 숭앙하는 사람이 많아서 서거 후 한두 해는 추도회를 성대히 열고 그의 업적을 찬양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이것마저 흐지부지해지고 말았다.
슈바이처 박사의 위대한 행위는 나치즘의 크나큰 죄까지도 속죄하고도 남는다고 보겠으나 그의 조국인 독일에서도 차차 일반국민의 뇌리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듯이 보이는 것은 서글픈 일이었다.
이번 6주기를 맞으면서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우리들과 가장 가까웠던 현대의 성자라 할 슈바이처 박사의 생애를 새로운 면에서 성찰해보는 것도 뜻 있는 일이 아닐까 한다.
내가 8년전 아프리카에서 박사와 침식을 같이 할 때 생명의 외경사상 이외에 아직 성문화하지 않은 참된 사상이 많이 숨어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지금 생각하니 더욱 그의 선행위는 풍부해 보인다. 기독교와 불교의 두 박애주의를 종합한 그의 인류애는 너무나도 컸지만 이 반면에 악에 대해선 누구보다도 증오했다.
그는 늘 현실을 직시하고 있어 세계에서 그릇된 일이 벌어지면 그것을 규탄하며 사웠다.
세계 악과 싸우는 것이 곧 선이라고 보는 것이 그의 선악관이 아닐까 한다. 따라서 그의 종교는 기도만을 올리는 구걸이 아니라 비참을 돕는 봉사였다. 박사는 자기에 대한 찬양·선전, 더구나 자기를 우상화하는 것을 싫어했다. 지금 세계엔 하잘 것 없는 사람들이 우상화되고 있는 것을 볼 때, 우상화할 참된 사람은 바로 슈바이처 박사이겠으나 생존시에 자신이 극구 반대했으니 그럴 수도 없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란 니체의 말은 박사에게 들어맞는 말이며, 그의 위대성도 딴은 여기 있는 것이 아닐까한다. 【김찬삼<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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