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한 미 여류사진기자 버크·화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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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의 저명한 여류사진기자 마거리트·버쿠·화이트 여사(67)가 지난주 19년간 고생해온 퍼킨슨씨 병으로 사망했다.
지난 40여년간 포천과 라이프지의 기자로 일하면서 변모하는 세계의 모습을 탁월한 안목을 통해 가장 감동적으로 전달했던 그는 69년 은퇴한 뒤에도 달 사진을 찍으러 가겠다는 희망을 간직한 채 꿈을 안고 살아왔다.
처음에는 콜럼비아와 코넬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던 버크·화이트는 4학년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캠퍼스사진을 찍어 학생들에게 팔기 시작한 것이 그의 사진수업의 시초로 알려져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1972년부터 댐·공장·광산·철강·제조공장 등 산업사진으로 출발, 29년∼33년 포천 잡지기자로 일하면서 명성을 쌓았다.
그는 36년 라이프지 창간호 커버에 나란히 선 댐 기둥을 극적으로 표현한 사진을 실음으로써 라이프사로 전직 뒤에 동시에 부사장까지 지냈는데 당시 모든 사람들은 살벌하고 재미없게만 보였던 공장·댐·광산·비행장 등의 풍경이 마거리트의 눈을 통해 최초로 아름답고 생기 있게 표현된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었다.
마거리트는 산업사진으로 성공을 다져갔으나 그가 찍은 인물사진 역시 최고의 성공을 가져다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가46년에 찍은 『물레 옆에 앉은 간디』를 비롯 스탈딘의 돌 같은 표정에서 웃음을 잡은 사진, 그리고 45년에 찍은 전쟁피난민 중의 생존자의 모습은 평화의 지도자와 전쟁터의 실정을 감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는 주의의 사람들로부터 여성적이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통하고 있으나 그는 남성들과 같은 과제가 주어지기를 항상 열망했고 그런 일을 누구보다도 뛰어나게 수행했다. 캐나다. 독일·남미 등지를 다니며 특유의 산업사진을 계속 찍으면서 52년에는 한국동란을 취재할 유엔특파원으로 임명되었다.
한국전쟁에 파견되기에는 2차대전 당시의 활약이 인정되었기 때문인데 42년∼45년 영국과 북아프리카에 파견된 미 공군을 종군했고 북아프리카에 파견된 지미·둘리틀 장군의 B-17폭격대에 동승, 폭격임무에 종군한 최초의 여자로 기록되어있다.
1925년에 처음 결혼했으나 2년뒤 이혼, 재혼하기까지 독신이었던 그는 39년. 다시 작가 어스킨·콜드웰과 결혼, 42년에 또 이혼하고 말았다. 짧은 결혼 기간이 긴 하나버크·화이트는 어스킨·콜드웰과 더불어 3권의 사진 집을 발간할 만큼 가장 활동적이었던 시절이었다.
그는 모두 9권의 책을 발간했는데 그 가운데 3권 즉 『너는 그들의 얼굴을 보았다』(37년)『다뉴브 강의 북쪽』(39) 『이것이 미국인가』(41)가 콜드웰의 글이 실린 책으로 특히 유명하며 그밖에도 그는3권의 러시아와 소비에트 공화국에 관한 사진 책과 1권의 인디아 사진 집을 냈다. 그의 최후의 저서는 자서전 『나의 초상화』로 63년에 발간했는데 이때 이미 퍼킨슨씨 병으로 사진활동이 부자유스러운 상태에 놓여있었다.
간디가 그를 가리켜 『고문자』라고 표현할 만큼 사진하나에 완전한 것을 담으려했던 그의 정렬은 라이프지 사장 헨리·루스를 설득, 최초로 달에 보낼 사진사로 임명해 줄 것을 확약 받게 했다. 그는 최초의 달 여행 사진기자가 될 것을 항상 기대하며 자랑하곤 했다.
그의 동료인 칼·미던스는 『그는 항상 그가 성취한 것보다 더 잘하도록 노력했다. 그의 절정 시절에도 그러했다』고 그의 투지를 전한다.
『마거리트는 시각으로 사색한다. 그는 탁월한 안목과 위대한 감각을 가졌으며 남성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여성의 하나』라는 동료들의 아쉬움은 버크·화이트를 평가하는 가장 적합한 표현일 것이다. <정영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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