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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변동환율과 한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일본은 1「달러」당 3백60원의 고정환율을 유지하기 위한「달러」의 평형매입조작을 28일 포기하고,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였다.
일본은「닉슨」조치이후에 평형조작으로 56억「달러」나 매입했지만, 결국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게 된 것은 세계경제에 여러모로 미치는 바 영향이 크다할 것이다. 당초 일본정부는 원 평가의 절상을 회피하려는 잔꾀를 부려 평형매입조작을 계속했던 것이나 국제금융 계로부터 서는 이것이 일본의 이른바「이코노믹·애니멀」근성을 너무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 하여 맹렬한 비난을 받았을 뿐 그들은 결국 제 꾀에 제가 넘어가고 만 꼴이 되었다.
요컨대 일본은 미국의 강경한 태도와 국제협조의 불가피성이라는 엄청난 압력을 결국 이겨내지 못하고 꺾이고 만 것이다. 이게 일본이 변동환율제를 채택함으로써 원의 평가절상을 위한 제1보는 내디뎌졌다할 것이나, 일본 원의 평가가 앞으로 어느 수준에서 새 환율로 낙착될 것인지는 좀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 9월초에 열릴 예정인 이른바 10개국 정상회담에서 국제통화질서의 회복을 위한 방안이 협의될 것이며, 그 협의 결과여하에 따라서 각국의 달러에 대한 평가조정문제가 풀려 나갈 것이다. 이들「빅·텐」(10개 강대국)이 강세통화의 평가절상 폭을 적절히 안배하는데 성공한다면, 국제통화질서는 내9월의 IMF총회를 고비로 잠정적인 소강상태를 실현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둘째, 일본측은 평가절상 폭을 우선 8%선으로 내정하고 있는데 반해서 미국은 20%선을 요청하고 있으므로, 결국 원 화의 절상 폭은 15%선에 귀착될 공산이 짙은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미국 측의 요구사항에는 주일미군주둔비용의 일본측 부담, 자본자유화, 비관세장벽의 철폐 등이 포함되어 있어 평가절상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따라서 일본측이 평가절상 폭을 낮추려 하면 할수록 미국 측의 여타요구사항은 철회될 가능성이 적은 것이므로, 원 화의 평가절상 폭을 일본측이 15%이하선으로 낮추기는 힘들 것으로 보여진다는 것이다. 셋째, 일본이 원 화의 평가절상 폭이 15%로 낙착될 경우, 대일 수입의존도가 큰 한국경제에는 중대한 파급효과가 미칠 것이다.
우리의 대일 수입은 70년도 현재 8억「달러」를 상회하고 있으므로 15%의 절상은 연율 1억2천만「달러」의 손실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따라서 원 화의 평가절상은 그렇지 않아도 애로에 봉착하고 있는 우리의 외환사정에 커다란 타격을 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총수입의 40%를 점하는 일본상품가격이 15% 인상되는 경우, 수입상품가격은 평균 6%나 상승하게 되어 가뜩이나 숨가쁜 국내물가상승추세를 부채질할 것인바 우리로서는 이점이 특히 심각한 문제점이라 할 것이다.
네 째, 일본의 평가절상 폭이 크면 클수록 일본경제는「슬럼프」에 빠질 것이며, 그것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클 것이다. 우선 일본에 전적으로 의존하다시피 하고 있는 D/A「유전스」수입규모에 제약이 가해질 뿐만 아니라, 일반차관도입도 크게 제약될 공산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일본경제의「슬럼프」화가 필연적이라면, 우리의 대일 수출은 가격 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해지지만, 반면 수출이 크게 증가할 수는 없게 될 염려가 있음을 주목해야할 것이다.
끝으로 일본에서 원자재를 수입해서 여타 국에 수출하는 수출상품의 채산성은 크게 악화될 것이므로, 원 평가의 절상은 비 일본지역 수출도 불리하게 만들 공산이 크다할 것이다.
우리경제에 미칠 원 평가의 절상이 가져올 파급효과는 이처럼 매우 큰 것이 확실한 이상, 당국은 일본의 변동환율제가 어떻게 귀착될 것이냐를 예의 주시하면서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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