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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오자 없앤 기적의 학교 … 그 힘은 꼴찌들 특별과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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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22일 김포 통진초등학교 4학년 수학 시간. 최경아 교사가 ‘사다리 게임’을 통해 학생들에게 평행·수직 등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김포=안성식 기자]

지난 22일 오후 경기도 김포의 통진초등학교. ‘학력향상실’에선 1학년 수민(7·가명)·지아(7·가명)양의 방과후수업이 한창이었다. 송보람 인턴교사는 “소복하게 낳아 놓았습니다” “며칠만”처럼 아이들이 헷갈리기 쉬운 단어나 문장으로 받아쓰기 시험을 봤다. 송 교사는 아이들이 틀린 문제를 다시 설명하고 숙제를 내주기도 했다. 입학 후 다른 친구들보다 한글을 배우는 속도가 느렸던 수민이와 지아는 지난 5월부터 일주일에 네 번 송 교사에게 국어·수학 보충수업을 듣고 있다. 송 교사는 “처음엔 받아쓰기를 하면 40~50점밖에 못 받았는데 이제는 90점이 나올 만큼 실력이 늘었다”며 웃었다.

 통진초가 위치한 서암리는 김포 시내에서 차로 20~30분 떨어진 외진 곳이다. 전교생 508명으로 학교 규모가 작은 편은 아니지만 학생 10명 중 1명꼴로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일 만큼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많다. 이 때문에 2009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선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6%(전국 평균 1.6%)를 넘었다. 그랬던 통진초가 지난해엔 기초학력미달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변화는 2010년 학력향상형 창의경영학교로 지정되면서 시작됐다. 인턴교사를 채용해 방과후에 기초가 약한 학생들을 따로 모아 가르쳤다. 첫해엔 4학년 이상에서만 20명이 넘는 학생이 참여했지만 학력이 꾸준히 올라가면서 올해는 수민이와 지아를 포함해 전 학년에서 10여 명으로 줄었다.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매주 수요일은 ‘교재 연구의 날’로 정했다. 행정직원 3명을 채용해 교사들의 잡무를 줄여줬다. 4학년 담임인 최경아 교사는 “행정업무가 줄면서 수업을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교육부의 학력향상형 창의경영학교 사업은 기초학력미달학생(초등학교 5% 이상, 중·고 20% 이상)이 많거나 교육 여건이 열악한 농어촌 지역 학교를 지원하기 위해 2009년 시작됐다. 올해 464개 교가 운영 중이다. ‘학력향상형’이라고 해서 아이들에게 공부만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통진초처럼 기초가 약한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수업을 하고 진로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공부를 할 이유를 찾도록 돕는다. 교육부 이연우 창의교수학습과장은 “‘공부 잘하는 학생’만 신경을 쓰던 입시 위주 교육 대신 실력이 부족한 학생도 함께 잘 가르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공부하라고 닦달만 한다고 해서 아이들 성적이 오르는 게 아닙니다. 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아이들은 스스로 책상 앞에 앉습니다.”(김기덕 상동고 교무부장)

 강원도 영월의 상동고는 전교생이 18명 이다. 폐광촌 한가운데에 있다 보니 결손가정도 많고 장래희망이 없는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상동고는 6주간의 적성검사 프로그램으로 개개인에 맞는 진로를 찾아줬다. 전교생이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잡월드’로 직업체험을 떠나기도 했다. 2010년 20.9%였던 상동고의 기초학력미달 비율은 지난해 0%로 줄었다.

글=이한길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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