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도 예산안과 세제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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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와 여당은 그 동안 검토해 오던 72년도 예산안과 세제개혁안을 확정하여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준비를 완료했다.
72년은 제3차 5개년 계획의 착수 년도이기 때문에 그 예산은 곧 제3차 계획의 시발점을 구체화시키는 뜻을 내포하고 있어 국민의 특별한 관심이 여기에 쏠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그 위에 72년도의 내외정세는 여러모로 우리에게 어려움을 가중시킬 갓이 확실시되므로 우리의 기본정책이 예산 면에서 어떻게 구체화될 것인지가 더군다나 주목되고 있는 실정이라 할 것이다.

<전환기적 제 양상을 외면한 예산편성 방향>
미-중공의 화해「무드」성숙을 위시해서「닉슨」미국대통령의 김태환 정지조치로 파생되는 일련의 경제환경변화는 우리의 국내정책을 크게 제약하는 요인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경제정세도 근자에 크게 변화하여 노환기적인 제반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즉 6·28 환율조치와 국제원유가격의 인상으로 시발된 국내물가의 상승경향은 금융기관예금증가율을 현저히 둔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차관원리금상환수요의 격증으로 국제수지구조가 크게 변화하여 외환보유고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을 뿐 아니라, 제3차 5개년 계획의 순조로운 집행을 제약할 요인을 형성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라 하겠다.
이러한 일반적인 경제정세를 전제로 할 때 72년도의 기본시정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만일「인플레」현상과 차관원리금상환수요에 따른 수량경기의 후퇴, 그리고 국제경제정세의 변화에 따른 수출애로의 증대, 차관도입 조건의 악화 등을 예산 면에서 고려하려 한다면 72년도 예산안은 당연히 안정위주 합리화위주의 예산이 되어야 할 것이다.
반대로 국제환경의 변화나 국내경제정세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3차 계획의 기정 계획치를 집행하려 한다면 예산은 불가피하게 팽창 예산이 되지 않을 수 없다.

<3차5개년 계획 집행에만 치우친 세제개혁>
이러한 기본전제에 비추어 볼 때, 정부가 확정한 72년도 예산안은 후자를 택한 것이 분명하다할 것이다. 즉 내외경제여건의 변화를 고려하기보다는 3차 계획의 착수에 더 중점을 두었다고 평가된다는 것이다.
첫째, 세제개혁은 제3차 계획의 재정수요를 충족시킨다는 전제를 고수했기 때문에 24·8%의 내국세증수를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재산소득에 대한 중과원칙의 반영 등 세 부담의 공평성을 증가시키려는 노력이 엿보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직접세를 약간 낮추는 대신 간접세를 대폭 확대함으로써 증세를 위한 세제개혁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증세계획이 근자의 불황현상과 관련하여 적절한 것이냐를 국회예산심의에서는 철저히 검토하여야 할 줄로 안다.
차관원리금상환수요의 격증에 의한 민간부문의 자금압박과 수입증가율 둔화에 따른 수량경기의 정체를 극복할 묘안이 제시되지 않는 한 24·8%의 조세수입증가는 불황요인을 가중시킬 공산이 크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둘째, 재정팽창률이 다시 확대되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할 사항이다. 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재정팽창률이 높아지는 경우, 물가상승률도 그만큼 높아졌던 사실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70년에 18·7%, 71년에 17.5%이던 재정팽창률을 72년도에는 일약 25·8%로 높이는 것이 근자의 물가정세와 부합하지 않다는 것은 명백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앉아도 원유가격인상, 6·28환율 조치로 자극되고 있는 물가 정세에서 팽창예산으로 물가요인을 추가시키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것이냐를 당국은 다시 한번 신중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반재정수요의 팽창과 소비성향 증대>
셋째, 우리의 일반재정수요를 재정차관 자금으로 7·5%나 메우는 것도 안이한 재정 운영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재정투융자비율은 31%수준으로, 타년과 대차 없는데 재정차관수입의 일반재정점유율이 71년의 4·6%에서 72년에 7·5%로 증대했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그만큼 72년도 예산의 소비성향이 커졌다는 것을 뜻한다.
원칙적으로 경제가 발전하면 할수록, 그리고 재정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일반재정의 소비성향은 낮아지는 것이 원칙인데, 우리는 반대로 이러한 소비성향이 자꾸만 커지고 있는 이유를 냉정히 분석해야 할 것이다. 소비성 재정수요를 메우기 위해 차관자금을 추가 투입하는 것은 너무나 안이한 예산운영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넷째, 재정투융자예산에서 도로사업·전천후사업·교육시설·종합제철 등 4개 부문이 총 투융자의 4할 선을 점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이들 주축사업은 사회자본의 충실화라는 점에서 보나, 3차 계획의 집행이라는 면에서 보나, 불가피하기는 하다. 그러나 재정자금으로 운영되어야할 융자부문을 전적으로 무시하다시피 한 점은 민간부문과 관련하여 커다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할 것이다.
특히 차관원리금상환대불 때문에 업무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있는 산업은행에는 재정자금대하 금을 20억 원 밖에 계 상하지 않았는데, 이는 결국 산 금 채 발행의 확대,「뱅크·론」도인의 촉진뿐만 아니라 산은구제를 위한 여타은행의 자금압박을 촉진시킬 요인이라 할 것이다.
또 기공자금·산 금 채·농사자금 등 정책금융지원을 위한 이차보전예산이 1백억 원에 이르고 있는 사실도 금융효율이라는 면에서 차제에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재정부담의 금융전가 현상이 계속된다는 것은 결코 정상적인 것은 못되기 때문이다.

<예산심의 기준「국민경제의 안정과 합리화」라야>
본 난은 그 동안 누차 제3차 5개년 계획의 집행을 다소 연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국내외경제정세의 변화에 순응하여 경제안정화 및 합리화를 위한 예산편성을 촉구했던 것이나, 확정된 예산안에서는 정부의 고도성장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만이 분명히 제시되고 있다. 따라서 예산 몇 국정운영의 기본방향을 어떻게 잡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도 합리적인가를 국회가 다시 한번 철저히 검토해 줄 것을 우리는 바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리고 예산심의에 있어 준거할 기준은 더 말할 것도 없이 국민경제의 안정과 합리화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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