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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학가에「여성학」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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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 세상에서 가장 고약한 것, 저 바보 같은 여자를 봐라…이 세상에서 가장 보 잘 것 없는 것이란다.』-「바보 같은 여자」노래의「레코드」가 끝나자 여자강사「릴리언·로빈슨」은 강의를 시작한다.『여러분은 지금 이 세상에서 여자가 하나의 인간이 아닌 사물로 취급되는 것을 잘 들었을 것입니다.』이것은「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성의질서」라는 강의 의한 장면이다.
올 가을 미국의 대학에서는 이와 같이 여성이 과연 어떻게 성의 목적물로 교육되고 취급되어왔는가 하는 갖가지 강의가 활발하게 열릴 예정으로 있다.
이러한 소위 여성학강의는 불과 3년 전 만해도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지만 2년 전「샌디에이고」주립대에서 학생회의 주선으로 여성연구「센터」가 처음 생긴 이래 거의 대부분의 대학에서 채택되고 있다.
간혹 대학당국자들이 이 강의가 흑인 문제처럼 편파적이고 일시적인 것이라고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전문가들은 강의 등록 생의 3분의1이 남학생이고 또 여성인구가 51%라는 것을 들어 맞서고 있다.
「예일」대학은 작년부터「여성의 사회학적연구」라는 강의를 하고 있다. 이 시간에는 외판원들을 불러놓고 왜 집집마다 첫마디에 안주인을 찾고『주부를 위해 특별할인』따위의 말부터 시작하는지를 묻기도 하고, 때로는 유치원 여자어린이를 불러 선생님이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도 한다.
MIT의 학생들은 오는 9월 유명한 남성잡지「플레이보이」에 나오는 여자「모델」을 초빙하여 여성의 성적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다. 그리고 각종 여성잡지. 광고·노래와 그림 등을 통해 여성에 대한 정의와 편견을 연구한다.
이외에도「스미드」대학에선「사회에 있어서의 성의역할과 영향」을,「하버드」에선「여성의 지성」,「캘리포니아」주립대는「남성과 여성의 언어학적연구」,「프린스턴」대는「미국의 여성」을 강의하고 있다.
노동성의 여성담당관실의 통계로는 근 1백 개의 연구소에서도 여성학을 강의하고 있다.
작년11월「워싱턴」에 생긴 국제여성연구협회에는 영국「스웨덴」「프랑스」인도 등의 학자 1백75명이 가입하고 있다. 이 협회의 회장인「아메리칸」대 교수「바베트·블래킹톤」 여사는『여성의 특성과 행동에 대한 연구 격려를 목적으로 한다』고 협회의 성격을 말한다.
대부분 여성학강의는 특수학과의 여성교수들에 의해 마련되지만 때로는 학생들의 요구에 의해 열리는 수도 있다.
한 예로「번·모어」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성의 정치학』의 저자「케이드·밀레트」여사를 초빙하여『여성의 역할에 대한 역사적 사회적 연구』라는 제목으로 강의할 것을 학교당국에 통고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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