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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여성음악가 한자리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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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 이후 핀란드 최고의 수출 상품'.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핀란드 출신 여성 작곡가 카이야 사리아호(51)를 이렇게 표현했다. 뉴욕필하모닉.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등에서 그에게 작품 위촉이 쇄도하고 있다.

하지만 불과 1백20년 전만 하더라도 '여성이 과연 작곡을 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로 음악잡지에서 찬반 양론이 씨름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여성은 "논리적.추상적 사고와 자유로운 상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작곡을 할 수 없다는 반론이 우세했다.

퓰리처 작곡상을 여성이 처음 수상한 것은 1983년. 엘렌 즈윌리크의 '교향곡 제 1번'이 수상작이었다. 퓰리처상이 제정된 지 40년 만의 일이다. 지금까지 슐라미트 란(91년.시카고대 교수), 멜린다 와그너(99년) 등 여성 작곡가로는 단 세 명만 이 상을 받았다.

음악계에서 여성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조직된 국제여성음악인연맹(IAWM)과 한국여성작곡가회(KSWC.회장 이찬해)가 공동 주최하는 '세계 여성음악인 대회'가 4월 8~12일 서울에서 열린다.

격년제로 열리는 이 대회는 아테네.로마.런던에 이어 서울 대회가 네번째다. 이 행사의 정식 명칭은 '2003 World Women in Music Today'. '여성 음악가의 목소리'라는 주제로 세미나.공연을 통해 세계 여성 음악인들의 위상과 활동을 조명해 보는 자리다.

즈윌리크.란 등 퓰리처상을 받은 여성 작곡가 2명이 내한해 자신의 작품을 국내 선보이며 로댕갤러리.숙명여대 숙연당.금호아트홀.이화여대 소강당.국립중앙박물관.호암아트홀 등에서 연주회와 워크숍을 진행한다.

4월 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개막 공연에선 미국 미주리주 스프링필드 심포니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인 여성 지휘자 아포 수가 지휘하는 KBS교향악단이 즈윌리크의 '셀러브레이션'과 함께 조안 타워(65)의 '비범한 여성들을 위한 팡파르'를 들려준다.

또 서울대 국악과에서 거문고를 전공하고 미국서 활동 중인 작곡가 김진희(46)씨가 자신의 협연으로 거문고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만세반석'을 연주한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씨 의 협연으로 이영자씨의'바이올린 협주곡'도 함께 연주된다.

한국 여성 작곡가들의 창작 국악관현악 연주(4월 9일.국립국악원 예악당), 일본 고치 앙상블의 소극장 오페라 상연(4월 12일.호암아트홀) 등이 이어진다. 한국 여성작곡가회는 81년 이영자.홍성희.오숙자.서경선.허방자.이찬해 등 6명의 중견 여성 작곡가로 창립된 단체로 현재 1백20여명의 정회원이 가입돼 있다.

◇IAWM=여성 작곡가에게 작품 연주 기회를 주고 남성 위주의 시각으로 집필된 서양음악사에 가려진 음악가와 작품들을 학문적으로 재조명하려는 취지에서 95년에 설립된 단체다.

국제여성음악인대회.미국여성작곡가회.국제여성작곡가연맹 등을 통합해 출범했으며 작곡가.지휘자.음악애호가 등 여성 음악인들로 구성돼 있다.

회원들의 작품을 출판.연주.보급. 녹음하는 것은 물론 여성의 입장에서 본 음악사 서술 등도 주요 사업의 하나다.

금녀(禁女)악단으로 유명한 빈필하모닉이 미국 순회공연을 할 때 카네기홀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여 여성 하피스트와 비올리스트 각 1명을 정단원으로 입단시키는 데 성공했다. 한국 여성작곡가회는 IAWM 한국지부를 겸하고 있다.02-312-6447. (www.ifw.or.kr)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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