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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흡연을 삼가 주십시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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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숨을 곳'이 없는 세상이 됐다. 옆 사람의 눈치를 살피게 되고, 어딘가에 '금연'이라 써붙어 있지 않나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되니 담배 맛도 예전 같지 않다.

이리저리 밀려 찾아간 화장실. '만인의 건강을 위해 흡연을 삼가해 주십시요'라는 표어가 눈에 띈다.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어, 그런데 표어에 틀린 글자가 있다. '흡연을 삼가 주십시오'가 바른 표기인데….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흡연은 개인의 취향이지만 공공장소에선 기피되는 일이 돼가고 있다. 그렇다면 글자가 틀린 것은 개인의 실수겠지만 그걸 보는 이 누구나 부끄러워해야 하는 게 정상적인 사회가 아닐까.

각설하고 그만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삼가하다'란 단어는 없다. '삼가다'가 원형이다. '삼가다'에 '하다'를 잘못 붙여 쓰고 있는 것이다. '나가다-그만 나가 주세요'처럼 '삼가다-말을 삼가 주세요'로 써야 한다.

그리고'주십시요'는 '주십시오'의 잘못이다. 문장을 끝맺을 때 쓰는 어미는 '-오'이다. "담배 한 개비 빌려 주십시오"라고 해야 한다. 애연가 여러분! 이젠 담배를 삼가고 건강을 챙기십시오.

한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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