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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 일대는 공룡 놀이터 … 1억년 전 발자국 화석 무더기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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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9일 울산 반구대암각화 주변 현장에서 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이 공룡 발자국 화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문화재청]

울산시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앞 대곡천 일대에서 1억년 전 백악기 공룡 발자국 화석 25점이 나왔다. 반구대 암각화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카이네틱 댐(가변형 투명 물막이) 건설을 앞두고 암각화 주변 발굴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발굴 현장을 29일 언론에 공개했다. 단단한 암석에 흔적을 남긴 건 대부분 초식공룡. 목이 길고 네 발로 걷는 ‘용각류(龍脚類)’ 발자국이다. 길이 25㎝ 폭 29㎝의 작은 발자국은 몸길이 5m 정도의 어린 공룡의 것으로 추정된다. 거기서 약 5m 거리에 길이 50㎝ 폭 54㎝짜리 어미 공룡 발자국이 나란히 찍혔다. 예상 몸 길이 약 15m에 달하는 성체다. 공룡들이 무리 지어 이동한 듯 발자국은 모두 암각화 방향으로 나란히 나 있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임종덕(45) 학예연구관은 “최소 5마리 이상의 초식 공룡 가족 발자국 같다. 반구대 앞 대곡천 일대는 백악기 당시 큰 호수였을 가능성이 크다. 풀을 뜯어먹고 사는 용각류가 서식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대곡천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는 총 12곳. 그 중 2곳이 울주군 문화재자료로 지정됐다. 임 연구관은 “대곡천의 발자국은 모두 용각류와 조각류의 것이다. 이번에 나온 것도 기존의 화석과 큰 차이가 없어 학술적 가치는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발굴로 카이네틱 댐 건설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조미순 학예사는 “발견된 화석의 일부가 현재 설계도상 카이네틱 댐의 경계선과 겹친다. 앞으로 인근에서 더 많은 화석이 발견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반구대TF팀 강경환 국장은 “문화재위원회의 현장 조사와 심의를 거쳐 보존 결정이 내려질 경우 카이네틱 댐의 위치와 규모 등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울산시는 화석 발견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장수래 울산시 문화예술과장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카이네틱댐 설치는 예정대로 진행한다. 문화재청이 보존방안을 내놓으면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차상은 기자

물막이댐 건설 재검토 여부
문화재청·울산시 의견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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