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하풍물 시화점>산|그림 박 노수|시 박 두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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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산은 언제부터 저기에
저렇게 서 있을까.
처음 태어난 저 산의 고향은
어딜까.
산은 누구를 기다리며
저렇게 오래 서 있을까.
저 산이 기다리는
산의 연인은 누굴까
그 아침해 저녁노을
언제나 구름 위에 초연한
그 비바람 눈보라
무엇에나 의젓하고 호고한,
올라가도 올라가도
또 높은 봉우리,
그 산의 절정,
하늘까지 높은 마음 나는 안다.
아, 저 산의 숲
산의 가슴,
가도 가도 또 깊은
산의 골짜기,
짙은 그늘 나무 숲 푸른 물소리,
바람결과 잎새, 나무와 나무들
꽃들과 꽃, 풀잎과 풀잎들의
이끼와 이끼들의 낮은 속삭임.
새들과 새, 꽃나비와 꽃나비
풀벌레와 풀벌레
짐승과 짐승들의 싱싱한 비밀
너희들의 비밀을 나는 안다.
팔월. 비 개인 한나절
저만치 저 흰 구름 하늘 높은 밑
만년을 그 청청히
산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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