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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바오로 2세 1920~2005] 차기 교황 선출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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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차기 교황을 뽑는 추기경단 회의인 콘클라베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르면 17일부터 시작된다. 콘클라베에 참석하기 위해 바티칸에 도착한 추기경들은 4일 오전 첫 회의를 열고 장례 절차 등 교황 사후 문제를 논의했다. 콘클라베는 교황 사후 15~20일 내에 소집하도록 돼 있다. 참석 인원은 117명. 3명을 빼고 모두 고 요한 바오로 2세가 임명한 추기경이다.

◆철통 보안=콘클라베는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수십 일 열린다. 1831년에는 54일간 계속됐다. 78년 요한 바오로 1세가 새로 교황에 뽑혔을 때는 24시간 만에 결론이 났다. 콘클라베 기간 중 추기경단의 생활은 철저하게 통제된다. 시스티나 성당 인근에 마련된 숙소 '성녀 마르타의 집(Domus Sanctae Marthae)'과 회의장만 오갈 수 있다. '성녀 마르타의 집'은 요한 바오로 2세 때 지었다. 냉.온방 시설이 잘 갖춰진 방 120개가 있다. 숙소의 문은 밖에서 잠긴다. 전화.편지.e-메일 등 외부와의 접촉은 모두 차단된다. TV.라디오.신문.잡지 등도 접할 수 없다. 대화는 추기경들끼리만 나눌 수 있다. 비밀을 엄수하겠다는 서약은 기본이다. 토론과 선출 과정을 조금이라도 누설하면 파문당한다.'나를 뽑아달라'는 말도 할 수 없다. 추기경단을 지원하는 요리사.의사.수녀들도 비밀 엄수 서약을 한다. 시스티나 성당 측은 투표장과 숙소에 도청 장치가 설치됐는지를 미리 조사한다.

◆비밀 투표=투표 첫날 오전은 성 베드로 바실리카 대성당에서 미사를 올린다. 첫날 투표는 오후에 한 차례만 치러진다. 추기경단이 투표장에 입장하면 사방 출입구가 봉쇄된다. 추기경들은 투표 용지에 새 교황의 이름을 적을 때 자신의 필적을 감추도록 돼 있다. 이름을 적으면 절반으로 접어 연장자부터 제단 앞에 놓인 투표함에 넣는다. 검표는 세 차례 이뤄진다. 첫째 검표원이 이름을 눈으로 읽어 확인하면 둘째 검표원이 다시 확인한다. 셋째 검표원은 이름을 소리 내 말한다. 검표가 끝난 투표 용지는 구멍을 뚫어 실로 꿴 뒤 모든 투표가 끝나면 소각된다.

◆선출 표시는 연기로=교황 선출에 실패하면 검은 연기를 피워올린다. 지푸라기에 검은 연기가 나게 하는 용제를 묻혀 태운다. 교황이 결정되면 투표 용지만 태워 흰 연기를 피워올린다. 요한 바오로 1세가 선출됐을 때는 실수로 검은 연기가 피어올라 새 교황 선출 사실이 한 시간이나 늦게 알려졌다. 바티칸 관계자들은 이번 콘클라베는 상대적으로 일찍 끝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교황의 건강이 악화된지 오래된 데다 2003년 요한 바오로 2세 재위 25주년 행사에서 각국 추기경들이 직접 만나 차기 교황 문제를 논의했기 때문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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