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다운」 시은 민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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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5개 시중은행 중 1개 은행을 완전히 민영화하는 문제가 불하 대상은행, 불하방법 등이 「베일」에 가려진 채 하반기에 들어 급진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개 시은의 민영화문제는 연초 정부방침으로 확정 발표된 후 선정에 참고가 될 실무진의 작업을 이미 끝내 고위층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고 불하시기로 봐서 9월말 결산과 10월 자산재평가에 앞서 9월 이전이 적기라는 점으로 임박해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때 서울은행이 유력하게 등장, 대주주인 동국제강계(장상태씨 계)가 장외거래로 고황재단의 소유주식 11만8천주를 사들이는 움직임을 보였고 무역협회가 무역은행 설립을 들고 나와 별도로 설립하거나 불하대상은행을 인수, 개편할 것을 추진하기도 했었으나 재무부에 의해 정식으로 거부되고 일반은행으로의 불하가 다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정기준은 ▲정부소유주식비율 ▲자산상태 ▲연체비율 등 경영실적 ▲민간주의 분포상황 등을 중심으로 하여 불하 후의 문제까지 광범위한 자료 수집이 끝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기준에 의해 조흥은행이 가장 유력하게 지목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남원우 재무부장관은 『아직 실무진에 작업지시를 한 적도 없다』고 밝히고 『불하대상은행과 시기, 그리고 방법 등을 결정한바 없다』고 부인함으로써 실무진의 움직임까지 감추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재무부가 『시은민영화의 「테스트·케이스」로 1개 은행을 불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불하가 결정되는 데는 몇 가지 전제가 있고 그 전제에 따라 테스트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어 재무부단독으로의 결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시은불하의 전제조건은 대상은행 선정에 앞서 우선 주식을 다수의 주주로 균점시켜 자본과 경영을 분리할 것이냐 아니면 민간에서 대주주를 등장시켜 그 대주주에게 맡길 것이냐의 문제와 만약 민간대주주에게 맡긴다면 누구를 선택해야할 것인가의 문제가 먼저 결정돼야 한다.
진정한 민영화를 바란다면 자본과 경영을 분리하는 방식이 되겠으나 이것은 초기불하과정에서의 시도일 뿐 불하 후에 독점 또는 과점되는 현상은 은행주식이 증권시장상장주이고 장외거래가 얼마든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에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되면 불하 전에 누구를 인수주체로 선정할 것인가의 문제도 충분히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재계실력자로 하여금 대상은행을 인수받는 형식으로 낙착된다면 은행마다 재계 실력자들이 정부 다음의 대주주로 이미 등장해 있기 때문에 인수희망자 중심으로 불하은행이 선정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 정책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은행불하는 현재 은행중심으로 개발자금이 조성되어 배분되고 있는 실정에 비추어 불하 후 은행경영에 깊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자금배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힘의 확보가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도 내자동원체제가 은행중심이고 이를 통해 개발자금을 조달, 지원해야 할 각종 사업에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미 나가 있는 자금에 대한 뒤처리 문제도 고려치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의 금융여건에 비추어 자주성이 완전히 확보 뒤는 민영화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데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자금운용규모가 1천 억대를 넘는 시중은행을 민영화한다는 것은 재계가 큰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불하절차에 공정을 기해 참다운 민영은행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길을 택해야할 것이다.
선정기준으로 보면 조흥은행이 부실기업으로 정비된 업체 중 가장 큰 규모인 대성목재와 흥한화직이 산은으로 넘어가기 전에 거래했던 관계로 경영실적이 부진한 편이고 정부주식비율이 한일은행 다음으로 낮다는 점에서 유력시되고 있으나 불하가 손쉽고 민간주 비율이 가장 고르다는 점에서는 한일은행도 유력하게 등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불하대상은행은 조흥은행과 한일은행으로 축소돼 있는 것 같다.
어느 면에서 보면 정부가 불하 후에도 다소의 영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선은행과 식산은행 청산인의 주식소유가 12%에 가까운 한 한일은행이 선정될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의 흐름은 63년 10월에 공포된 금융기관 임시조치법의 대주주결의권 제한규정 (발행주식의 10%이상 소유자를 대주주로 하고 대주주의 의결권을 1백 분의 10으로 제한)을 계속 존속시키고 동국제강계 소유가 30%를 넘는 서울은행을 후퇴시킨 점에서 특정인에게 경영권을 넘겨주지 않는 형태의 불하 냄새를 풍기고 있다.
만약 이 형태로 불하를 진행한다고 전제하면 「자본시장육성에 관한 법률」5조를 활용, 투자개발공사에 위탁하여 1인당 매수한도를 두고 불하하는 방식이 취해질 것 같다.
이것은 초기 불하과정에서 특정인에게 넘겨주는 특혜 냄새를 없애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특정인에게 넘겨주는 형태로 결정된다면 해운공사 불하 때처럼 예산회계법 시행령 1백8조 18항에 의거, 증권시장에 위탁해서 수의계약방식을 취하게 될 것이다.
이밖에 예산회계법 170조 2의 규정에 의해 현재 액면가 액보다 낮게 형성돼 있는 주가에 따라 매회 소요량의 2%이내에서 증권시장에 상장 매각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불하대상은행뿐 아니라 불하방식에 따라 당해 은행주주의 구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방식이 선택될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종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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