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정무수석 '박준우 스타일' 지방서 일본까지 활동 폭 크게 넓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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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은 30년 넘게 직업 외교관의 길을 걸어온 사람이다. 지난 8월 ‘박근혜 2기 청와대’의 정무수석으로 발탁되자 정치권은 ‘깜짝 인사’란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여의도 정치’와는 거리가 있는 외교관이 정무수석을 잘 해낼 수 있을지가 새누리당에서조차 논란이 됐다.

 박 수석이 임명된 지 3개월 가까이 흐른 지금 여권에선 “박 수석이 새로운 정무수석의 상(像)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과거 정무수석은 여의도, 특히 야당의 카운터파트 역에 머물러 있었지만 박 수석은 국정 전반으로 정무수석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는 평가다.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27일 “과거 정무수석은 야당 의원과 만나 밥 먹고 술 먹는 일이 주였다. 그러다 보니 정무수석이 정치권의 민원창구가 되다시피 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박 수석을 임명한 것도 이런 정치문화에 변화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정무수석을 물색하는 단계에서 “국제감각이 있는 분들 중에서 찾아보라”고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은밀한 뒷거래의 차원에서 벗어나 국정 전반에 걸쳐 갈등 이슈의 해법 모색 단계로 정무수석의 역할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박 수석은 평소 지인들에게 “내 밑에는 4명의 비서관이 있다. 정무는 그중 하나”라고 말한다. 정무수석 아래에는 정무·국민소통·행정자치·사회안전 등 4명의 비서관이 있는데 네 분야 똑같이 신경 써야 한다는 취지다. 요즘 박 수석은 내년 7월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해 출범하는 통합 청주시에 대한 재정지원 문제와 2019년 광주에서 개최되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지원 문제를 챙기고 있다고 한다. 지방 이슈이긴 하지만 전국적으로 파급력이 큰 사안들이다. ‘중앙’에서 미리 조율 하지 않으면 시행단계에서 예상치 못한 잡음이 불거질 수 있는 이슈들이다.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일본과의 비공식 소통채널 역할도 하고 있다. 박 수석은 주일 한국대사관 정무과장, 외교부 아태국장을 지내 일본 내 인맥이 두텁다. 지난 11일엔 방한 중인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중의원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나 꼬여 있는 한·일 관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자민당 중진인 누카가 의원은 한일의원연맹의 일본 측 회장을 맡고 있다. 박 수석이 1994년 일본에 근무할 때 처음 알게 된 두 사람은 20여 년 동안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누카가 의원은 박 수석을 통해 한·일 정상회담을 원하는 일본 정부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한·일 관계가 냉각된 상황에서 비공식적으로나마 창구가 열려 있는 건 다행”이란 얘기가 나왔다.

 대(對)국회 업무를 놓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국회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박 수석이 과거 정무수석보다 야당 쪽 인사를 정말 열심히 만나고 있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했다’고 티를 안 내기 때문에 오해를 사는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박 수석이) 새누리당 의원이 상을 당했을 때도 상가에 가지 않았다”며 “의원들 많이 모여 있는 곳에 가서 인사하는 것보다 평소에 대화를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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