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왕·올해의선수 박인비는 조마조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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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27일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 하늘 코스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KB금융 스타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세계랭킹 1위 박인비(25·KB금융그룹)는 티오프 시간을 7분여 앞두고 가장 늦게 1번 홀에 도착했다. 박인비는 경기 당일 아침에 연습 볼을 많이 치는 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날은 샷 연습을 하느라 평소보다 늦게 도착했다. 연습 그린에서도 마지막까지 남아 퍼팅 감을 조율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9승. 그러나 국내 대회에서 우승이 없는 박인비의 우승 바람은 그만큼 간절해 보였다.

 이날 우승이 절박했던 이유는 또 있었다. 박인비는 스폰서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고심 끝에 같은 기간 대만에서 열린 LPGA 투어 선라이즈 타이완 챔피언십에 불참했다. 그러나 세계 2위 수잔 페테르센(32·노르웨이)이 사흘 내내 단독선두로 우승을 예약하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박인비는 “내가 불참한 가운데 페테르센이 잘 치는 상황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내 무대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라고 했다.

 하지만 박인비의 한국 투어 첫 승은 무산됐다. 반면 페테르센은 LPGA 투어 선라이즈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박인비가 27일 열린 KB금융 스타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7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 KLPGA]

 2타 차 공동 3위로 출발한 박인비는 수많은 갤러리가 따르는 가운데 2, 3번 홀 연속 버디로 선두 이승현(22·우리투자증권)을 추격했다. 그러나 상승세를 타야 할 상황에서 연속 보기가 나와 더 압박하지 못했다. 전반까지 버디 2개와 보기 2개로 이븐파. 후반에서도 버디를 잡은 뒤 보기를 범하는 들쭉날쭉한 경기가 이어졌다. 이날 버디 5개가 나왔으나 보기도 4개나 해 추격은 물 건너갔다. 최종 합계 5언더파. 이승현에 2타 뒤져 준우승을 한 박인비는 “샷 감은 좋았는데 어프로치 샷 실수가 모두 보기로 이어졌다”고 아쉬워했다.

 페테르센은 선라이즈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최종 합계 9언더파로 아자하라 무뇨스(26·스페인)를 5타 차로 여유 있게 제쳤다. 우승상금 30만 달러를 보탠 페테르센은 상금 1위 박인비(233만5460달러)와의 격차를 9만3613달러로 좁혔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도 30점을 더해 박인비(290점)에 38점 차로 따라 붙었다. 다음 주 미즈노 클래식에 불참하는 박인비는 “페테르센의 우승을 예상했다. 며칠 쉰 뒤 미국으로 돌아가 남은 2개 대회를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영종도=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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