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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공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근자에 와서 공해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많이 쓰여지고 있다. 본래 대기오염, 소음, 진동 및 하천 오탁 등이 공해의 대종을 이루는 것인줄 알았더니 요즘은 무엇이든간에 대중에 피해를 주는 것을 공해로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생긴 것 같다. 불량식품이 나돌면 식품공해,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하여 TV공해, 심지어는 대학생간에 최루「개스」가 「데모」공해로 통하고 있으니 이는 공해가 현실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생긴 여파라고 볼 수도 있지만 태산오동서일필식으로 그처럼 여론이 비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의 공해대책이 유야무야한데 대한 짜증에서 나온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애절한 전설과 낭만의 역사가 얽혀있는 「라인」강이 기적을 찾다가 악명 높은 공해하천으로 전락했고 산자수명을 자랑하던 일본의 전원이 때묻은 달러벌이에 혈안이 된 나머지 검둥강아지가 되어가는 것에 비하면 우리의 현실은 아직 구제 받을 여지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일부전문가의 풀이에 의하면 서울의 공해는 가위 세계정상급이라는 것이다. 옛말에도 대도시를 홍진만장이라고 표현했지만 서울거리의 먼지·소음은 다른 나라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정도인 것은 사실이다. 또 6맥만 서울 시민의 생명의 물줄기인 한강도 해마다 오염도가 심해가고만 있어 그 대책이 시급한 것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미 한계에 달한 곳이 있다.
그러나 아직도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뚜렷한 피해가 많지 않아서 그런지 당국은 공해문제에 관해서 매우 인색한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각종공해로 신음하는 민중의 아비규환에 못 이겨 하루아침에 10여개의 공해법안을 만들지 않을 수 없었던 이른바 전후부흥국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겠다.
우리가정에도 공해는 있다. 『안방공해』라고도 부르는 연탄「개스」가 대표급이다. 연탄「개스」속에는 인명을 빼앗는 일산화탄소와 유해작용이 큰 아황산「개스」가 있다. 주부들은 사시사철 방의 환기는 물론 특히 부엌의 환기에 유의해야 할 판이다.
불량식품으로 인한 식품공해, 오염된 수돗물공해 역시 가정공해들이다.
장볼 때는 되도록이면 가공하지 않은 천연식품을 구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색소·방부제 등의 첨가물과다며 가짜 고춧가루·가짜후춧가루·가짜간장, 그뿐인가 우리의 주식인 쌀이나 야채에 농약의 잔류물이 있어 가족의 건강을 위협한다.
이러다간 주부들은 무엇을 먹어야할지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주부가 일일이 시험관을 들고 분석을 하는 화학자가 될 수도 없는 일이다.
한편 여름철을 맞아 파리약 등 살충제를 가정에서 많이 쓰게되는데 유감스럽게도 국내 가정용살충제는 인체에 유해한 DDVP 등 유기린제나 BHC 등의 유기염소제 들이다. 약을 뿌린 후 사람이 그 공기를 마시면 큰일이다. 스스로 반과학자가 되어야하는 우리네 주부들의 입장이 딱하다. [윤덕노(서울대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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