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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염 경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65년부터 뇌염 모기를 채집, 연구해 온 서울대학교 의과 대학 이호왕 교수는 5일 하오 올 들어 처음으로 「큘텍스·트리테니오·링쿠스」라는 학명을 가진 뇌염 모기를 발견했다고 보고함으로써 해마다 여름철의 위험 신호인 뇌염 발생에 대한 경보를 울렸다.
이 뇌염 모기는 지난 4일 서울시내 장위동에서 채집한 모기 가운데서 2마리가 발견된 것인데 지난해의 뇌염 모기 발견보다는 이틀 빠른 일이라고 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뇌염 「바이러스」균을 검출하려면 30마리 이상이 채집되어야 하므로 아직 「바이러스」균을 검출하지는 못했으나 이 모기가 매년 우리 나라에서 뇌염을 옮기는 모기라고 말하면서 주위 환경을 깨끗이 하고 뇌염 예방 주사를 맞는 등 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는 것이다.
뇌염 모기가 나타나는 시기는 매년 6월말에서 11월 중순까지인데 8월 중순과 9월 초 사이가 가장 심한 창궐기이다. 우리 나라에서 뇌염이 폭발적으로 발생한 것은 1949년이 처음이었던 것 같으며, 그 해 여름 불과 2개월 동안에 5천6백16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2천7백29명이 사망하는 기록을 남겼던 것이다.
그때부터 뇌염은 여름철마다 전국민의 공포의 대상이 돼 왔으며 국민 보건 상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전염병으로 문제되어 왔다. 이미 다 아는 바와 같이 이 뇌염 모기에 의한 피해자는 주로 14세 이하의 어린이들로서 과거 20년간의 통계를 보더라도 전 환자의 90% 이상이 국민학교 3, 4학년 이하의 어린이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것은 7∼8세의 어린이들이란데서 어린이들을 가진 가정은 특히 경계를 요한다 할 것이다. 다만 다행한 것은 우리 나라의 경우 이 가공할 뇌염의 발생 시기가 대체로 매년 7월 중순부터 10월 하순까지의 3개월 동안으로 국한돼 있어 이 기간중과 또 그 중에서도 최 창궐기인 8월20일께부터 9월10일까지의 한 달 동안만 특별한 조심을 하면 그 피해는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날에 있어서의 뇌염 환자 발생 추세와 동 사망자 추세를 잠시 살펴보면 3년마다의 뇌염 주기 연인 64년도에 2천9백52명 발생에 9백66명 사망, 65년도에는 7백52명 발생에 2백84명 사망, 그리고 66년도에는 뇌염 주기 연 1년 앞이었는데도 3천5백64명 발생에 9백65명 사망, 67년도엔 2천6백73명 발생에 7백91명 사망, 68년도엔 1천2백6명 발생에 3백96명 사망, 그리고 69년도에는 1백15명 발생에 13명 사망, 작년엔 27명 발생에 2명 사망 이어서 해마다 줄어들기는 했었다. 그러나 올해엔 방역 당국에서도 뇌염이 크게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전망을 하고 있다니 당국이나 국민은 모두 큰 경계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뇌염을 막는 길은 전적으로 모기의 박멸에 달려 있다. 모기가 잘 발생하는 웅덩이나 풀밭에 살충제를 뿌린다거나 주위를 청결하게 하는 일에서부터 초저녁에 모기 약을 뿌리는 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정에서 모기를 없애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 당국에서는 특히 변두리 지대에 소독약 살포 차를 동원하여 골목마다와 지저분한 개천가를 긴급히 소독하는 대책을 세워주어야 하겠다. 한때는 공중으로부터 소독약을 살포하는 일도 있었는데 이 근자에는 이를 볼 수 없으니 웬일인가 싶다.
근년에 두드러진 현상으로는 뇌염 환자의 사망율은 줄었으나 후유증이 심해 정신박약이나 백치가 되는 일도 있으니 귀여운 자녀들에게는 이만저만 무서운 병이 아닐 수 없다. 예방「백신」의 효과가 있다 없다로 문제가 되어있을 뿐 아니라 그나마도 「백신」 확보 또한 문제일터이니 방역 당국의 세심하고도 과학적인 예방 대책을 촉구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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