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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된 당권 결전|전당 대회 미룬 신민당 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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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민당은 5일로 소집 공고했던 임시 전당 대회를 15일께로 연기했다. 지난달 30일 열렸던 중앙상위가 「진산 파동」의 처리로 그날 7시간, 이틀 뒤인 2일 12시간을 토론하고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3일 사흘째 회의를 속개하게 되자 김홍일 당 대표서리가 직권으로 대회를 연기한 것이다.
새 체제의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집안이 떠들썩한 것은「진산 파동」의 처리가 당권 투쟁과 결부돼 있기 때문이다.
어떻든 유진산씨의 명예 회복에 열을 올리는 진산계, 당권 경쟁을 선언하고 나선 양일동씨로 인해 혼선 속에 있는 주류에겐 다시 한번 전열 정비의 시간을 준 셈.
그 점에서 대회 연기는 주류의 전략이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30일 진산계 중앙상무위원 1백20명의 소집 요구로 열린 상위는 이틀동안 진산 파동의 책임 문제를 놓고 지리한 토론을 해왔다.
2일 밤 9시50분 토론 종결 선언이 있자 진산 파동 처리 방안이 구체적으로 나왔다.
진산계의 최용근씨는 ①유진산씨의 지역구 출마 포기와 관련하여 금전 수수설을 퍼뜨린 자를 제명하라 ②유씨의 당수직 사퇴서는 선거 대책 본부 운영위에서 불법적으로 처리된 것이므로 이를 철회하라 ③김대중씨는 진산 파동을 수습하기는커녕 유씨를 과도하게 비난하는 등 사태를 악화시키고 이를 이용하여 당권 장악을 기도한 데 책임을 지고 국민과 당원 앞에 공개 사과 하라는 3개항을 전당 대회전에 처리할 것을 동의했다.
이때 유진산 전당수가 신상 발언을 얻어 『항간에는 내가 당수직에 복귀할 것이라느니 사퇴서를 반려토록 한다느니 하는 말들이 퍼지고 있지만 나는 그런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으며 다만 파동의 진상과 내막을 분명히 밝히자는 것뿐』이라고 하여 ②항은 삭제됐다.
이어 친 주류 중도계의 이철승씨는 『전국구 공천의 책임이 유진산·김대중·양일동씨 세 사람에게 있으므로 이 3자와 김홍일 대표서리·김응주 중앙상위의장이 수습 안을 마련하게 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대중씨 계인 김상현씨는 『유진산씨는 파동의 책임을 지고 정계를 은퇴하라』는 항목을 4항으로 추가하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이 모든 의견을 거부하고 2개항이 동의 안으로 성립됐다. 상위는 3일 이 동의 안을 표결한다.
신민당의 당권 경쟁은 양일동씨가 2일 당수 출마를 공식 선언함으로써 사전 조정이 어려운 가운데 범 주류가 추대 작업을 벌이고 있는 김홍일씨와 비주류의 김대중씨 및 주류의 양일동씨의 3자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범 주류가 김홍일씨를 당수로 밀고 있는 배경은 김영삼·이철승씨가 제휴하여 범 주류의 동일 보조를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김홍일씨가 원로로서 강직하고 중도적인 입장에서 주류·비주류간의 날카로운 대립을 중화할 수 있고 40대 세 사람의 후보 경쟁을 뒤로 미루자는 당내 분위기가 강점인 대신 당력이 4년에 불과하고 거느리는 직계 세력이 없다는 점과 서로 속셈이 다른 세력들의 잠정적 연합 전선의 추대를 받고 있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김대중씨는 그 동안 윤제술·박병배·김응주·윤길중씨 등 노장층의 신중론에 부딪쳤으나 ①주류가 혼선을 일으키고 있는 지금이 당권 장악의 「찬스」이고 ②당권을 주류에 넘겨줄 경우 자파 세력이 약화될 것이고 ③75년의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당수 출마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기울어 당수 출마를 공식 선언 할 예정인 것 같다. 또한 김씨의 결심은 진산 파동 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주류의 그에 대한 집요한 공격에 자극 받았으리라는 관측도 있다.
한편 주류 일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양일동씨는 그가 진산계의 제2인자였다 해서 진산이 간후의 주류 선주자는 당연히 자기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양씨의 당수 경쟁 선언을 유진산씨, 또는 김대중씨 쪽과 각각 결부시켜 보는 견해도 있다.
유씨와 관련된 출마 선언이라면 유씨의 태도 여하에 따라 독자적지지 세력이 없는 그가 물러설 가능성도 있으나 김씨와 결부되었다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들이다.
현재 세 주자 중 어느 누구도 독자적인 힘으로는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김대중씨의 경우는 비주류의 행동 통일이 되어 있는 반면 주류는 김홍일씨와 양일동씨가 혼선, 주류가 10일 동안에 혼선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인지에 따라 당권의 향배가 크게 영향을 받는다.
주류의 1차적 목적은 김대중·양일동씨를 모두 후퇴시켜 김홍일씨의 만장일치의 추대지만 이의 실현성도 먼저 양씨의 후퇴가 전제돼야 한다.
유진산씨와 진산계가 해온 진산 명예 회복 운동은 현 단계에선 진산「롤백」이 아닌 것은 명백해졌다. 그러나 진산 직계가 75년까지를 내다보고 무엇을 설계하고 있는가의 속셈은 알 수 없다.
당권의 조정은 진산의 태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 같다.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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