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 돌아온 6명, 잠입·탈출 혐의로 전원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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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억류됐다 25일 오후 송환된 6명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세관 관계자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입경 수속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 통일부]

북한이 25일 판문점을 통해 우리 국민 6명과 유해 1구를 인도했다. 당초 남성 6명만 인도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성 1명의 시신이 포함됐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오늘 돌려받은 유해 1구는 6명 중 1명의 부인으로 남편이 북측 지역에서 살해해 사망했다고 북측이 설명했다”고 밝혔다. 동반 월북한 부부가 2011년께 부부싸움을 벌이다 남편이 아내를 살해했다는 게 북한 측 주장이다. 남편은 이날 아내의 유해와 함께 우리 측에 인도됐다.

 이에 대해 당국자는 “북한이 부부문제로 다투다 살해했다는 설명을 했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유해감식 과정을 거쳐 사망원인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정부는 북측으로부터 이런 사실을 통보받은 후 이들에 대한 신원 등 기초 조사를 진행해 왔다. 이번에 인도된 6명은 모두 국가보안법 위반(잠입·탈출 등)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집행됐다. 하지만 아내를 살해한 남편에 대해선 아직 살해 혐의가 추가되지는 않았다.

 관계당국은 이들이 북·중 국경 등에서 납북되거나 끌려간 게 아니라 자진월북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날 판문점을 넘어온 6명은 ▶60대와 40대가 각 2명 ▶50대와 20대가 각 1명이다. 이들은 같은 색깔의 양복 바지에 구두를 신었다. 상의는 가죽점퍼나 캐주얼 정장 등의 차림이었고 북한에서 마련해준 것으로 보이는 옷가방을 들고 있었다. 송환 과정에 관여한 당국자는 “6명 모두 긴장된 표정이었으나 보행에 이상이 없는 등 건강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다”고 전했다.

 정부는 6명의 신원은 물론 취재진의 판문점 현장 취재를 허용하지 않았다. 대신 신병인수 과정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을 제공했다. 당국자는 “신원파악이 명확히 되지 않았고, 이들 중 범죄사실 피의자가 포함돼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인권보호 차원에서 구체적인 인적사항이나 얼굴 등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송환된 6명은 관계당국의 호송을 받아 서울 근교의 특별 조사시설에 수용됐다. 한 관계자는 “우선 건강검진을 받은 뒤 안정을 취하면서 국가정보원과 경찰 등으로 구성된 합동신문조의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들어간 경위와 체류기간 동안의 행적, 특히 용공·이적행위 여부 등에 초점이 맞춰진다.

 북한 적십자회는 이들을 송환한 직후인 오후 5시48분 “그들이 범죄를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하였으므로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관대히 용서하고 가족들이 있는 남측 지역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이 향후 이번 사례를 부각 선전하면서 탈북자·납북자 문제 등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방패막이로 활용하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송환을 계기로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과 관련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돌아온 6명 중 4명은 북한이 2010년 2월 “불법 입국한 남조선 주민을 단속해 조사 중”이라고 밝힌 이후 4년 가까이 북한에 억류됐는데도 신원 등 사태 파악을 정부가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해외로 출국해 장기간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 수만 명이나 된다”며 “자진월북해 몇 명이 체류하고 있다는 데이터는 현재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잠입·탈출죄=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 입북하는 사람을 처벌하기 위한 국가보안법 조항(6조2항). 보안법은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의 지령을 받거나 받기 위하여 또는 그 목적수행을 협의하거나 협의하기 위하여 잠입하거나 탈출한 자는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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