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상화」에의 험로|금융의 능률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금리정책의 당면과제는 우리 나라에 관한 한 체계의 단순화와 국제금리 수준으로의 점진적 인하로 요약된다.
이를 뒤집으면 현행 금리수준이 그만큼 높고 체계가 그만큼 복잡다기하다는 얘기가 된다.
개발초기 단계에서 필요한 막대한 개발자금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 불가피했던 고금리정책은 내자동원에 결정적인 기여를 해온 것은 사실이나 한편으로는 기방부담을 가중시키고 해외저축까지도 끌어들이는 결과를 낳았고 재정·외환부문에서 조출된 과랄류동성을 흡수하기 위한 고지준솔 등 유동성 규제와 함께 은행수지를 악화시키는데도 공헌했다.
복잡한 금리단계도 개발정책수행을 위한 전략적인 금융지초의 필요성으로 불가피했지만 금융자금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하고 특혜의 소지를 온존시키는 결과를 낳고있다.
정부는 이 같은 금리정책의 모순과 함께 누적되어온 금융의 병폐를 시정하기 위한 일련의 금융정상화방안을 69년 말 이래 추진하고있다.
65년의 금리현실화 이래 네 차례에 걸친 재조정을 통해 유례없던 고율과 예대 간 「역마진」을 해소시킴으로써 은행수지 악화의 가장 큰 요인의 하나를 제거시켰다.
또한 60년대 후반기에 급증한 해외부문의 과잉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불가피 했던 고율의 지불준비율과 전가의 보도로 애용되었던 각종 유동성 규제도 점차 완화시켰다.
70년 초에 66억 원의 일반은행자금과 80억원의 특수은행자금 등 모두 1백 46억원의 유동성규제를 전면해제하고 71년 초에는 평균지준율을 22%에서 2O%로 내림으로써 만성적인 지준부족을 개선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정부는 이 같은 일련의 조치를 통해서 수지악화, 책임경영부재, 과대여신, 만성적인 지준부족 등으로 연결되는 금융의 악순환을 단절시킬 것으로 기대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금융의 적폐는 과연 얼마나 개선되었는가?
유동성 규제가 전면해제된 70년 초에 5개 시은의 지준부족은 1백억 원이었는데 지준율까지 인하된 오늘에도 지준이 40억 원씩이나 모자라 과태료를 물리고 있는 실정이다. 수지상태도 별 진전이 없다. 수년동안 연율 10%의 배당율이 유지되고 있다. 그것도 영업순익은 보잘 것 없고 대부분이 지준부리라는 국고보조로 그 나마의 배당이 가능한 것이다.
수신내여신, 상문 「베이스」의 은행경영, 이런 간단한 원칙이 지켜질 수 없는 금융풍토가 문제이다.
「은행돈을 쌈지돈」으로 생각하는 부류들이 남아있는 한 이런 풍토는 지속될 것이다. 은행은 계속 지준을 메우기에 허둥대야 하고 「커미션」을 줘가면서라도 예금을 끌어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시중은행장들이 정풍운동을 벌인다고 나섰다. 겉으로는 예금유치과당 경쟁을 막고 「커미션」 거래를 없애자는 등의 구호를 걸고 있으나 저간의 금융정세에 비추어 이 운동의 초점은 금융풍토의 개선이라는 더 먼 과녁을 겨눈 것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어느 행장의 말대로 『아무리 은행이 약하지만 계속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느냐』는 데는 그 나름으로 호소력은 있겠지만 모든 책임을 남에게만 미루는 풍토 또한 불식되어야 한다.
특수은행도 사정이 크게 다를 바 없다. 재원의 대부분을 의지해오던 재정자금의 지원이 한계점에 이르렀고 무분별한 정책금융으로 자금회수도 여의치 못한 채 「뱅크·론」이나「유로·달러」를 비싼 대가로 들여와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 재원조달의 획기적인 전환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고육책으로 발행하고있는 산금채나 주택채권도 소화를 위한 고율 금리적용으로 상환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은행금리와의 격차로 금리체계의 왜곡을 초래하고있어 재검토가 시급한 실정이다.
정부는 이번의 금리조정에서 환율인상에 따른 물가상승 요인을 금리 면에서 감살 시키고 차관기업의 금리부담을 경감시킬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반론으로는 금융긴축기에는 이자탄력성이 높아지고 금융능화기에는 낮아지는 것이 보통이어서 적어도 「타이밍」에 있어서는 전적으로 부적절했던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가뜩이나 자금의 초과수요가 존재하는 현시점에서의 금리인하는 앞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자금 수요압력으로 가중되어 국내여신한도 유지를 어렵게 할 수도 있다.
금리체계의 경비라는 관점에서는 이번의 금리조정이 별로 진전된바가 없다. 재원별·금융기관별·종류별로 다기한 금리는 조만간 정비되어야할 것이다. 다만 수입금융이자가 6%에서 9%로 올려졌으나 이는 금리체계의 경비보다는 환율인상 작업과정에서 얻은 부산물로 보이며 나머지 정책금리는 당분간은 손대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에 중앙은행 재할금리도 대폭 내렸으나 아직도 외국의 경우에 비해 높은 수준이며 금융 「채늘」을 통한 성장통화공급이라는 관점에서 앞으로도 계속 인하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금리조정으로 예화간 기본 금리「마진」이 1·2%에서 1·6%로 늘어났지만 내년3월까지 23억 원정도의 결손이 예상되어 21억 원의 정부보조에도 불구하고 시은수지면에서는 낙관을 못하게 만들고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