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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남 재무가 말하는 「단안」의 전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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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본사기자 남덕우 장관 단독회견>
환율현실화와 금리조정의 주역이었던 남덕우 재무부장관을 일요일 새벽 자택으로 찾아 이번 단안의 배경과 그 동안의 경과, 그리고 대책 등을 알아보았다.
26일 저녁 조치를 발표할 때의 무겁고 피곤했던 표정과는 달리 무거운 짐을 벗은 듯 한결 밝은 표정의 남 재무는 그러나 앞으로 있을 보완대책과 국민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에 상당히 부심 하는 듯 했다.
69년 10월의 취임 직후에 「11.3」조치로 환율을 4.5%나 인상한데 이어 약 20개월만에 다시 12·9%라는 큰 폭으로 환율을 인상, 현실화하고 금리조정까지 동시에 단행한 남 재무가 밝히는 「단안」에 얽힌 얘기들을 간추려보면-<편집자 주>.

<「IMF내한 전 단행」 연기>
-그 동안 논란의 대상이었던 환율현실화를 단행한 배경과 경과는? 환율현실화문제는 IMF(국제통화기금)협의단 내한이전에 정부방침으로 굳혀있었다.
이미 연초부터 재무부와 한은에서 극비리에 환율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했고 4월에 큰 줄거리는 대충 매듭지었었다.
그래서 IMF협의 단이 내한(6월9일)하기 전에 단행하려 했으나 원유 값 문제 등이 걸려있어 연기된 것이다.
IMF협의단과의 협의과정에서 나타났던 환율 현실화 문제는 대충 어떤 것이었는지? IMF측의 견해는 환율을 일거에 불당 4백 원선 이상으로 올리고 그 대신 각종 수출보조정책을 줄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정부의 입장으로서는 환율인상의 긍정적 요인 이외에 물가를 자극하며 차관업체의 부담증가를 가져오는 등의 행정적 요인 때문에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는 점을 설명, 인상폭과 방법 및 시기 등을 우리정부에 맡겨달라고 했다.
-정부안에서 나타난 부처간의 이견은 어느 정도였는지? 나는 당초부터 불당 3백 80원 선에 가까운 수준을 내세웠고 일부에서는 물가와 차관상환부담을 고려, 3백 70원선 이하였다.
그러나 24일 하오부터 열린 기획·재무·상공·한은 등 4개 부처 수뇌회의에서 김 부총리에 의해 3백 70원 선으로 쉽게 조정됐다.
-단행을 갑자기 서두른 이유는?
환율 인상 설이 「매스컴」에 의해 파다하게 퍼지고 이에 자극되어 수출「네고」가 지연되고 수입이 촉진되는 징후가 나타나 기왕 실시하려면 빨리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수입물자도 재고 많아 결단>
그리고 IMF가 현실화를 강력히 권고한 것도 있고 해서….
특히 금년도 수입추세가 작년보다 많이 늘어나 수입물자재고가 상당히 있으리라는 점, 정부 비축물자의 보유상태가 예년보다 좋다는 점등이 결단에 큰 힘이 됐다.
-환율인상수준을 3백 70원대로 잡은 근거와 앞으로의 환율전망은? 작년도를 기준한 한·미·일간의 국제구매력평가 지수로 본 「패리티」 환율이 3백 64원내지 3백 66원으로 추정됐으나 금년도 평가지수의 상승을 고려해서 그 이상으로 잡은 것이다.
따라서 3백 70원대의 환율은 당분간 안정추세를 보일 것이다.
-이번 환율인상조치를 IMF측이 어떻게 받아들일는지? IMF의 주장은 어디까지나 권고에 그치는 것이다.
특히 지난번 협의단과의 협의과정에서 우리 실정을 충분히 설명했으므로 잘 이해되고 양해되리라 믿는다.
-이번 환율인상이 물가 및 차관상환 등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IO「테이블」(산업연관표) 분석으로 볼 때 전 부문 파급효과가 3%상승으로 추정됐으나 연내파급효과는 1.5내지 2%로 추정됐다.
또한 차관업체 상환부담증가는 연내에 50억 원 정도가 증대될 전망이다.
-이번 환율인상조치가 노린 주된 정책효과와 금후의 환율안정을 위해 주력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차관업체 부담증가 연내 50억>
환율인상이 기대하는 효과는 수출촉진뿐 아니라 가격구조를 근본적으로 시정하려는 시도에도 큰 의의가 있다.
물가는 수준상승뿐 아니라 수출입「사이드」에서 가격구조가 불리한 상태에 있는 것도 국민경제전반으로 보면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수출에 보조정책을 쓰면서 저 환율을 지속하면 외국상품소비를 돕고 국내산업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앞으로 현실화된 환율을 안정된 추세에서 실세대로 이끌어 가자면 재정안정 계획이 견실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과거의 경험으로 보면 환율을 현실화한 후 통화를 과다하게 팽창시켜 통화량 증가가 환율상승에 겹침으로써 물가상승을 유발, 환율이 실세와 다시 괴리되는 현상을 빚어왔다.
따라서 이번에는 재정안정계획 운영에 있어 국내여신을 IMF와 합의한 연율 25% 증가폭 범위로 억제하여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
이것은 환율인상에 따른 가격수준 상승과 관련하여 자금수요가 커질 것에 견주어보면 상대적인 긴축을 뜻하는 것이다.
-이번 환율조정의 보완조치로 강구된 수출보조의 축소범위는 어느 정도인가? 현재 불당 수출보조가 1백 6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번 원자재수입 금융금리의 3%인상, 수입대금의 10%적립 및 원자재 인정 손실율 인하조치 등으로 약 5원이 축소될 것으로 본다.

<기업의 금리부담 1% 줄어>
환율을 올리고 수출보조를 줄이는 문제는 IMF의 권고뿐만 아니라 정부의 기본방침이기도 하다.
-1일자로 단행해오던 관례를 깨고 금리를 환율과 동시에 조정한 이유는? 당초부터 나는 동시조정논자였다. 이는 환율인상이 물가 및 차관업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 비용요소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금리조정은 7월 1일 예정했던 것을 앞당긴 것이다.
금리조정의 당초 구상은 어떠했으며 재무부 안에 수정이 가해진 점은 없는가? 원래는 4월초에 단행하려 했었다. 그때 재무부 안은 금리구조와 체계조정을 중심으로 인하 폭을 1%미만으로 잡았었으나 뒤에 환율현실화문제와 관련하여 인하 폭을 2%까지 확대하는 안이 만들어졌다. 즉 동시조정이라든가 금리인하 폭이 당초 예정보다 확대된 것은 환율상승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이번 금리조정에 의해 기업의 금리부담이 어느 정도 경감이 될 것인가? 현재 기업의 금리부담은 원가의 13%를 차지하는 것으로 표본조사에서 밝혀졌다.
이번 인하 폭은 24%의 대출 최고금리기준으로 약 1할에 해당하는 만큼 금리부담은 근 1%정도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금리인하가 저축에 미칠 영향은?
저축「사이드」가 다소 불리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저축관습으로 보아 금리의 탄력성이 그리 크지 않으므로 새로운 저축증대방안과 비 금리적 저축유인(계몽 및 PR)으로 「커버」해 가겠다. 저축감소에 따른 통화증발과 자금난 등을 우려하는 견해가 있으나 그렇게 악화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차관업체 상환부담 증가에 따른 금융대책은?
산은총재를 위원장으로 하여 은행장들로 구성될 기업 합리화 위를 충분히 활용하겠다.
남 장관은 이처럼 두 가지 조치의 배경과 대책을 밝힌 다음 「경우에 따라서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지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불가피한데 부정적 요인 때문에 조치를 기피하는 정부는 무능한 정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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