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내 주월 국군 철수 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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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3일「뉴요크·타임스」지는 한국 정부는 앞으로 18개월 동안에 걸쳐 달하는 주월 한국군을 전면 철수시킬 것을 신중히 검토 중에 있음을 월남정부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것은 한·미·월 어느 측에 의해서도 확인된 것은 아니므로 그 사실여부를 지금 가려낼 수는 없다.
그러나 박 대통령도 이미 지난 1월 11일의 기자회견을 통해 주월 국군의 단계적인 철수를 검토 중에 있음을 발표한바 있기 때문에, 전기한 보도가 있다고 해서 새삼 놀라운 것은 아니다. 한가지 새로운 사실은 18개월 이내에 주월 국군을 전면 철수한다는 기한부 철수 설이 나오게 된 점이라 하겠으나, 최근 미국 조야의 움직임을 보면 이것 역시 전연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그 기한이 당겨질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 한가지 단적인 시사로서는 지난 22일 미 상원이 월맹 측에서 미군포로를 석방할 경우 그로부터 9개월 이내에 전 미군을 「인도차이나」로부터 철수시킨 것을 촉구한 민주당상원원내총무 「마이크·맨스필드」의원의 제의를 57대 42로 가결했다는 사실이다. 미 상원이 미군철수를 기한부로 결의했다는 것부터가 월남전쟁사상 처음 보는 기이한 일이지만, 만약 이 안이 앞으로 하원에서 통과되고 또 「닉슨」대통령이 서명하면 이것은 어김없이 미 행정부의 공식 대월 정책으로 확정되는 것이다.
그렇게될 때 한국은 주월 국군의 철군계획을 예정했던 것 보다 더 빨리 서두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놓이게 될 것이며, 여기에 우리는 최근의 미국의 동향과 더불어 주월 국군의 전면철수문제를 새삼 시급히 검토하고 실천에 옮겨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국군파월 6년, 갑자기 팽배해진 월남전의 종전 「무드」와 함께 연합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그에 대해서는 이제 어떤 미련이 있을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명예로운 전쟁종결의 서광이 채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초조하게 주월 미군의 철군을 기한을 정하면서까지 서두르는 움직임은 매우 유감천만한 일이다.
물론 기한부철군 결의안이 뜻하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기한을 정함으로써 「파리」협상을 촉진시키고 월맹이 억류하고 있는 미군포로의 석방을 촉진해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를 알고 들을 모르는 것이며 여기서 월맹 측이 얻는 이익을 전연 도외시하고 있다.
월맹은 이번 미 상원의 결의를 계기로 미 행정부와 미 상원간에 다시 드러난 분열과 대결상황을 계산하여 오히려 협상을 천연시켜 더욱더 미 정계를 혼란시키는 술책을 감행할 것이다. 그 반면 이것은 필경 월남국민의 사기를 꺾는 심각한 요소가 된다는 것도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의 대월 정책은 갈수록 초조감에 쫓기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있어 우리 또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주월 국군 철수문제는 미·월과 협의하여 결정하기로 했는데도 요즘의 상황 같아서는 그 협의를 하루빨리 매듭짓고 대월 정책 전환에 따른 정부정책의 천명과 아울러 국민의 이해를 촉구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은. 월남철군이 제반부면에 미칠 영향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있는 것이며, 들려오는 막연한 보도의 방향을 알 수 없어 갖가지 구구한 억측을 일삼고 있음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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